삼성, ‘떡값 명단’ 발표 반발 “우리를 뇌물집단으로...
삼성그룹은 5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공개한 ‘삼성 떡값’ 명단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이며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룹 내부 인사들은 “사제단이 김용철 변호사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삼성을 뇌물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이번에도 구체적인 증거는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 결국 김 변호사의 주장 뿐이라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학수 부회장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여름 휴가비를 받아갔다’는 주장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내정자한테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뇌물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만약 사실이라면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나와 뇌물 제공 과정을 떳떳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룹 안팎에서는 사제단이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않은 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날 사제단이 공개한 뇌물 수수 정황은 객관적으로 혐의를 입증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은 사제단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이른바 ‘관리 명단’ 문건 등 구체적인 증거가 나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삼성은 그동안 사제단에 대해서는 직접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떡값 명단’ 발표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유감을 표시했다. 김용철 변호사 뿐 아니라 사제단도 책임이 있다는 투다. 그룹의 또다른 임원은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은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단지 삼성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제단이 비토권을 행사한 셈”이라며 “이건 너무 나간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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