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후기] ‘청남대서 낚시꿈’ 빈말였나
“맡겨달라…내 분수 잘 안다” “모든 인터뷰서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TAGSTORY1%%] 11일 밤늦게 이뤄진 인터뷰가 끝날 무렵 4년도 더 된 옛날 얘기를 꺼내봤다. 그때 유시민 후보는 기자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바라는 게 있다면 청남대에서 낚시 한번 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욕심이 없음을 내보이고 싶었을 게다. 믿었다. 그런데 ‘출마’와 ‘낚시’는 번지수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 얘기가 아팠을까. 유 후보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더니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냈다. 긴 토로가 끝난 뒤 “사실은 모든 인터뷰에서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했다”고 후련해했다. 유 후보의 말을 줄여서 옮겨 본다. “저에 대해 정치적 소유권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자원봉사 해주고, 표 찍어주고 …. 이분들로부터 ‘우리가 가진 꿈을 얘기해 보자, 왜 안 하느냐’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저는 ‘그거 안 된다. 우리들 소망이 아무리 간절해도 현실과는 간극이 너무 크다. 당선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선거전도 어렵고 표도 별로 못 모을 거다. 우리 목소리는 아마 시끄러운 대선 격랑 속에서 묻혀버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분들이 ‘안 되는 거 알면 받아들일 텐데 왜 미리 안 된다고 그러냐’고 한다. 저로서는 정치의 책임성 때문에 ‘안 되는 거 확인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번이라도 우리의 목소리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해 보자는 간절한 소망이 있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제주·울산·강원·충북까지 해 봐야 비로소 우리의 소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 간극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뛰다가 빠져 죽을지, 그래서 돌아와야 하는지, 우리는 판단해야 한다. 고비마다 한발 삐끗하면 그냥 죽는 경기다. 우리로서는,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우리들의 소망이 국민의 소망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온몸으로 밀고 가는 거다. 미숙하고 공약도 준비 덜 됐고, 치밀하지도 않지만 2002년부터 5~6년 켜켜이 쌓인 한이라면 한, 소망이라면 소망, 이루지 못한 분노가 있다. 좋은 정당, 정책 정당,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 당원이 주권자인 정당을 만들어서 진보적인 목소리 내고 대한민국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보자는 소망이다. 우리는 그것을 세상을 향해서 화악 터뜨리고 싶은 거다. 단일화 요구에 논리적으로 응할 수 없는 이유다. 이제 20일 왔고, 앞으로 닷새 뒤면 또 우리가 소리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친노 후보 단일화’ 얘기가 나왔다. “그럼 어떻게”가 기자로서 가장 궁금한 대목이다. 유 후보는 “그냥 정치하는 사람에게 맡겨 달라. 우리가 정치적으로 결단하고 선택하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다. 정치하는 사람은 국민 뜻 살펴서 한다. 또 자기의 주체 역량과 분수를 잘 안다. 무슨 (대통령) 병 걸려서 출마한 것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뭔가 단단히 준비해 놓은 게 있는 듯한 말투였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영상/ 은지희 피디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맡겨달라…내 분수 잘 안다” “모든 인터뷰서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TAGSTORY1%%] 11일 밤늦게 이뤄진 인터뷰가 끝날 무렵 4년도 더 된 옛날 얘기를 꺼내봤다. 그때 유시민 후보는 기자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바라는 게 있다면 청남대에서 낚시 한번 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욕심이 없음을 내보이고 싶었을 게다. 믿었다. 그런데 ‘출마’와 ‘낚시’는 번지수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 얘기가 아팠을까. 유 후보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더니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냈다. 긴 토로가 끝난 뒤 “사실은 모든 인터뷰에서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했다”고 후련해했다. 유 후보의 말을 줄여서 옮겨 본다. “저에 대해 정치적 소유권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자원봉사 해주고, 표 찍어주고 …. 이분들로부터 ‘우리가 가진 꿈을 얘기해 보자, 왜 안 하느냐’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저는 ‘그거 안 된다. 우리들 소망이 아무리 간절해도 현실과는 간극이 너무 크다. 당선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선거전도 어렵고 표도 별로 못 모을 거다. 우리 목소리는 아마 시끄러운 대선 격랑 속에서 묻혀버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분들이 ‘안 되는 거 알면 받아들일 텐데 왜 미리 안 된다고 그러냐’고 한다. 저로서는 정치의 책임성 때문에 ‘안 되는 거 확인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번이라도 우리의 목소리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해 보자는 간절한 소망이 있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제주·울산·강원·충북까지 해 봐야 비로소 우리의 소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 간극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뛰다가 빠져 죽을지, 그래서 돌아와야 하는지, 우리는 판단해야 한다. 고비마다 한발 삐끗하면 그냥 죽는 경기다. 우리로서는,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우리들의 소망이 국민의 소망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온몸으로 밀고 가는 거다. 미숙하고 공약도 준비 덜 됐고, 치밀하지도 않지만 2002년부터 5~6년 켜켜이 쌓인 한이라면 한, 소망이라면 소망, 이루지 못한 분노가 있다. 좋은 정당, 정책 정당,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 당원이 주권자인 정당을 만들어서 진보적인 목소리 내고 대한민국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보자는 소망이다. 우리는 그것을 세상을 향해서 화악 터뜨리고 싶은 거다. 단일화 요구에 논리적으로 응할 수 없는 이유다. 이제 20일 왔고, 앞으로 닷새 뒤면 또 우리가 소리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친노 후보 단일화’ 얘기가 나왔다. “그럼 어떻게”가 기자로서 가장 궁금한 대목이다. 유 후보는 “그냥 정치하는 사람에게 맡겨 달라. 우리가 정치적으로 결단하고 선택하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다. 정치하는 사람은 국민 뜻 살펴서 한다. 또 자기의 주체 역량과 분수를 잘 안다. 무슨 (대통령) 병 걸려서 출마한 것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뭔가 단단히 준비해 놓은 게 있는 듯한 말투였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영상/ 은지희 피디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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