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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유시민 “FTA·파병, 피하는건 비겁하다 생각해 찬성”

등록 2007-09-13 04:51수정 2007-09-13 11:43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왼쪽)가 11일 밤 서울 여의도 후보사무실에서 박원순 변호사와 대담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왼쪽)가 11일 밤 서울 여의도 후보사무실에서 박원순 변호사와 대담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박원순의 통합신당 경선후보 릴레이 인터뷰
“리틀 노무현 자처한 적 없다…부당한 공격 항변한 것”

17대 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한나라당에 이어 다른 정당들의 대선 후보 경선전도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겨레〉는 우리 나라 시민운동의 상징격인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대통령 예비후보들의 연쇄인터뷰를 통해 후보들의 생각과 비전, 정책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우선 지난 9일부터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경선후보 5명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후보들의 일정에 맞춰 한명숙-유시민-정동영-이해찬-손학규 후보 순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유시민 후보한테는 건방지고 독설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걸 뭐 일일이 따지겠냐. ‘내 탓이오’ 해야지 다른 수가 뭐 있겠냐. 논리적으로 논박할 문제가 못 된다.”

(처음부터 독한 질문이 나오자 유시민 후보는 허허 웃었다. 그러나 이어진 질문에 표정은 점차 굳어졌다.)

-독설은 조금 고칠 수 있지 않나?

“고칠 수도 있고 고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다 주관적인 거다. 쓴소리와 독설의 경계선이, 소신과 독선의 경계선이 어딘지 …. 우리 모두 누군가가 쳐놓은 덫에 걸려서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이때 배석했던 허동준 정무특보가 “박 변호사님과 기자들만 오는 줄 알았는데, 동영상 촬영까지 이뤄질 줄은 몰랐다. 얘기하기 자유로운 분위기가 …”라며 제지하고 나섰다. 그러자 유 후보는 “내가 알아서 할게. 조심해서 할게”라며 안심시킨 뒤 대담을 계속 이어갔다.)

“리틀 노무현 자처한적 없고 부당한 공격 항변한 것”

[%%TAGSTORY1%%]

-‘리틀 노무현’이라는 말도 있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대변인’이라고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리틀 노무현’은 딴 분이 자처했고, 저는 어떤 것도 자처한 적 없다. 언론에서는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임하는 이’라고 하는데, 자임한 적도 없고 자처한 적도 없다.”

-그런 평가는 사실 아닌가?

“자처한다는 것과 타인의 평가는 다르다. 자처한다는 건 호가호위한다는 느낌을 준다. 자처하는 건 없고, 참여정부에 대한 책임감, 국민들의 신의, 이런 것들을 중시하기에 부당한 공격에 항변하고 논쟁한 건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기여한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에 실망하는 흐름이 광범위하다. 그런 것에 대해 유 후보는 본인이 신의를 지키려 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신의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실망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둥글게 유시민’을 표방했지만, 이 대목에서는 참을 수 없었나 보다. 자세를 고쳐잡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가 약간 불만인 것은 대통령 후보 인터뷰하러 오셔서 …. 저는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출마한 사람이다. 이것 자체도 하나의 ‘프레임’이라고 본다. 박원순 변호사님도 갇혀 있는 프레임이다. 모든 언론사 질문 받아보면 열에 아홉은, 이른바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이 세상을 친노·비노·반노로 규정하고 질문한다. <한겨레>마저 왜 이것에 집착하나?”

-인간은 과거를 보고 미래를 평가한다. 오히려 더 미래적인 것으로 답변을 하면 될 것 같다. 사람들은 과거에 노무현이 보여줬던 모습을 보고 그를 찍었다. 그런데 진보적인 사람들조차도 등을 돌리게 된 계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나 이라크 파병 등이다. 이를 유 후보는 적극 지지했다.

“적극 지지한 건 아니고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점 알고, 대통령 욕 얻어 자시는데, 국회의원인 나는 반대하며 모면하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해서 두 번째 연장 동의안은 찬성했다. 에프티에이는 처음에 중간 수준에서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수준에서 (체결) 돼서 찬성했다. 반대로 박원순 변호사님의 프레임에 담긴 질문을 가지고 보면 ….”

-(정색하고 반격하는 데 난감해하면서) 제가 청문을 당한다.

“대통령 당선자는 자기를 찍어준 사람들이 지지하는 것만 해야 하느냐,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 선거 당시 잘 인지되지 못했던 문제 있다. 또 선거 당시에 후보로서 내놓은 처방이 집권 뒤에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문제들도 있다. 많은 분들이 ‘대통령은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온국민의 대통령인데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코드정치’ 또는 ‘코드정책’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원래 지지해준 분들과 안맞는 정책 했다고 ‘배신정치’라고 한다.”

유시민 후보의 주요공약
유시민 후보의 주요공약
-공약을 100% 다 지키길 원하는 건 아니다. 굉장히 본질적인 사안에서 전면적으로 의견이 다를 경우가 문제다. 광범위한 배반이 있었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에 질문하는 거다.

“그 분들의 평가가 보편타당하다는 증거도 없다. 논리 대 논리로 맞서는 거지, 누가 잘못했다 잘했다 할 수 없다. 200개 단체가 저에게 최악의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줬다. 그렇게 단정하면 내가 최악이 되는 거냐?”

-200개 단체가 다수라고 해서 반드시 옳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200개 복지 관련 단체들이 최악의 복지부 장관이라고 하면, 그 사람들 얘기를 경청하는 자세가 대선 후보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경청 안 한 게 아니다. 장관이 국장·과장·사무관·서기관·주무관까지 참여해서 시민단체, 보건의료 단체 대표와 같이 정책 토론한다. 제일 대화 안 되는 게 참여연대(박 변호사가 만든 단체이다.)와 보건의료연대다. 논의를 해도 근본적인 입장차가 있다. 예컨대, 보건 분야 하는 분은, ‘부모 없는 애들, 자식 없는 노인, 장애인, 돈 없어서 치료 못받는 분들을 위해 다 정해진 돈을 나눠주라’고 한다. ‘그러려면 이쪽의 낭비요소 제거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 이분들은 다른 사업은 아무 관심 없다. 정책적 의사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 안 한다.”

“새만금 골프장 100개 건설 가능성 토론하자는 것”

[%%TAGSTORY2%%]

-새만금 레저파라다이스 프로젝트에서 1800홀 규모, 곧 골프장 100개 만들겠다고 공약을 했다. 그런데 100개 골프코스 만들어서 장사 되겠나? 제주도에서도 흑자 나는 골프장 없다.

“국가가 골프장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 돈이 안 벌리면 기업이 안 들어올 거다. 동북아 가장 큰 레저파크, 복합레저 문화단지, 골프장, 슈퍼몰, 컨벤션센터, 놀이시설, 문화시설 전부 다 들어오게 해서 돈 있는 사람들이 와서 실컷 놀다 가게 하는 곳이다.”

-일본 지자체들 가장 골치 아픈 것이 1970~80년대 만든 테마파크다. 장사 안 돼 부도 위기에 놓였다는데?

“식당들이 많아서 망하는데, 잘되는 식당은 엄청 잘된다. 골프장 만들고 위락시설 만들면 무조건 장사 잘된다는 게 아니다. 새만금에 논 만드는 게 의미가 없다. 이땅을 어떻게 쓸 것인지 제안을 한 거다. 대통령 됐다고 제가 하겠나. 한번 토론을 해 보자는 거다.”

-그러나 후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관광명소가 돼 시너지를 내고, 이런 것이 대한민국에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다’고 말하는 등 토론하자는 취지가 아니었다.

“어떤 대통령 후보에게 구체적 사업계획서와 유치대상 기업까지 내라고 하면 공약, 전망을 낼 수 있겠나. 현행법으로만 보면, 15년 후에는 논으로 써야 한다. 그걸 그대로 쓰는 건 난센스라고 본다. 대통령이 되면 전북도와 같이 기구를 만들어서 지금 예시한 것이 가능한지, 다른 업종이 들어올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

-다른 후보보다 특별히 낫다고 하는 한 가지만 말해 달라.

“제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경쟁하면 상대적으로 각이 잘 선다. 나이도 20년 차이가 나고, 정책공약도 저는 외향적으로 밖으로 나가는 공약인 반면, 그분은 대운하라고 해서 국토 안으로 끌어들이는 …. 또 그분은 경제성장률 높이는 것을, 저는 사람투자 강화를 국가과제로 한다. 문화적으로도 그분은 건설회사 시이오(CEO)로서 상당히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몸에 익힌 분이다. 그러나 저는 신세대이고 수평적이고 다양성을 많이 존중하는 문화적 토양을 갖고 있다. 어렸을 때 티케이(대구·경북) 지역에서 자랐다는 점 빼고는 거의 같은 점이 없는 후보다.

“이명박 후보와 각 잘 서 경쟁력, 신세대라 다양성 존중”

[%%TAGSTORY3%%]

-신당 후보는 아니지만,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훨씬 더 좋은 후보라는 얘기도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상당히 냉소적인 표정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많아지면 그 분이 대통령이 될 것이다. 지금 국민들 표 얻으려고 나왔는데 남 평할 시간 없다.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사람 중심의 경제 말씀하시는데, 굉장히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후보로 나온 다른 후보들 정책에 대해서 깊이 들여다보고 관심 갖고 채택할 것은 하고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분의 경영철학이라든가 그분이 끌어왔던 회사의 독특한 점, 4조 2교대, 직원들의 인적자원 개발, 직원들 역량을 발전시켜가며 기업경영을 해서 성공했던 것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생산성만큼 돈 준다는 게 전통적인 임금이론인데, 문국현씨는 그 반대로 ‘대접하는 만큼 일 잘한다’를 입증해 보인 분이다. 그런 점에서는 독특하고 독보적인 시이오다. 그런 점 충분히 알지만, 그것을 제가 평가하고 그럴 상황이나 위치에 있지는 않다.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경선 후보. 강재훈 선임기자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경선 후보. 강재훈 선임기자
-이명박 후보는 본인이 경제를 살리는 후보라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유 후보는 어떻게 경제를 살릴 건가?

“저는 사람중심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중심 국가의 핵심이 기회의 공정한 분배에 있다. 물적 자본의 집적 형성이 아니라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의 집적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제가 생각하는 인적 자본은 첫째 요소가 건강이다. 건강에 인지적 요소가 결합하면서 역량 있는 시민이 길러지게 된다. 개개인이 더 큰 역량 가졌을 때 그 국가 강해지고 발전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 상대방을 믿지 않을 때는 거래비용이 늘어나고 낭비도 많아진다. 우리 사회를 고신뢰 사회로 올릴 수 있는 여러 노력을 국가가 할 필요가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곧 열리는데, 꼭 들어갔으면 하는 의제가 있다면?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잘 얘기해서 남아 있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다. 이 문제는 북쪽이 우리에게 예의가 없는 것이다. 이인모씨 등 비전향 장기수 다 보내줬는데, 국군포로 문제나 납북어부 문제에서 최소한의 성의를 안 보여주는 것은, ‘우리 민족끼리’ 외치면서 동족에 대한 예의 안 지키는 것이다.”

-남북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보나?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피차간에 도움이 되고, 이것을 깨버리면 피해가 막심한 사업들을 많이 하는 것이다. 상호 의존성이 깊어질수록 통합이 쉬워진다. 그리고 빨리 실질적인 군사적 대화, 군비 감축에 관한 논의로 들어가야 한다. 빨리 핵문제 해결해서 냉전이 우리에게 안겨준 과도한 군사력 집중 족쇄로부터 남북한을 빨리 해방시키는 게 중요한 일이다.

박원순의 따져봅시다
박원순의 따져봅시다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뭘까?

“제일 중요한 건 용기다. 용기 없으면 도전도 못하고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유지 못한다. 저는 용기 내려고 노력하지만, 용기가 아주 많은 사람은 아니다. 둘째는 소통, 정서적 공감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이든, 되고 나서든 굉장히 중요하다.”

-그걸 갖추고 있나?

“용기는 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정서적 공감을 가져올 수 있는 소통은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고 …. 그걸 제가 못 이루면 실패하겠죠.” 정리/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영상/ 은지희 피디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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