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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강금실 ‘보랏빛 출사표’ “강남·북 경계 허물고 서울을 하나로”

등록 2006-04-05 20:33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시장 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인 서울 정동극장 들머리에서 인터넷 팬카페 ‘강사랑’회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시장 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인 서울 정동극장 들머리에서 인터넷 팬카페 ‘강사랑’회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정치문화·생활공간 바꾸고 싶어 결심”
“엘리트보다 시민 지혜가 변화 원동력”
“‘빛의 전사’가 되겠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본격적인 검증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는 이날 선거과정을 통해 정치문화를 바꾸고, 서울이라는 생활문화 공간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서울시장 도전의 이유로 들었다.

강 전 장관은 “정치가 품격을 잃은 거짓 공방 속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상대방을 해치는 부정적인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정치공학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나쁜 의미의 ‘정치적인 정치’가 지배하고 있다”고 현실 정치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 공간에서는 실종돼 있는 진정성과 시민주체성, 포용성 등 3가지 요소를 원칙으로 삼고, 선거과정에서부터 이를 관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더 좋은 서울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으로 ‘경계 허물기’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강남과 강북이라는 대립적 경계를 넘어서 하나됨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잡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되고자 하는 서울시장의 모습에 대해선 “진실한 마음으로 시민들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서울의 어두운 곳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스한 빛을 전달하고 양지로 돌아오게 하는 빛의 전사”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평가를 요청한 질문은 피해갔다.

강 전 장관은 선거 정책도 시민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저는 엘리트로 ‘고공비행’을 해 왔지만, 시민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가는 과정에서 저 자신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 사람의 엘리트보다는 수많은 시민들의 지혜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당내 경선에 대해서도 “당연히 거쳐야 한다”며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 전 장관의 이날 회견은 구체적인 공약보다는 추상적인 선언으로 채워졌다. 그는 6일 열린우리당 입당식과 7일 청계천·전태일거리 방문 등 공식 일정을 통해 구체적인 소신과 정책을 밝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강 전 장관은 투피스 정장과 스카프, 악세서리, 눈화장 색깔을 모두 자신의 ‘상징색’인 연보라빛으로 꾸미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회견장에는 인터넷 팬카페 ‘강사랑’ 회원들과 취재진 등 400여명이 몰렸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내 인기 거품이라는 건 시민모독” “오늘이 절정…이제 빠지는 일만”

‘강금실 효과’ 여야 입씨름…여론전문가도 엇가려

“내 인기가 거품이라는 것은 (서울)시민에 대한 모독이다. 여당의 지지도가 이례적으로 낮은데 왜 (나는) 그런 지지도가 나오는가. 지금의 여야 구도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라고 본다.”

5일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의 높은 지지도가 거품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반박했다.

그렇지만 야당은 ‘강금실 효과’에 거듭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40~50%를 오르내리는 강 전 장관의 높은 지지도는 주로 감성적 이미지에 근거한 데다, 열린우리당의 낮은 지지율을 감안하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거품론’의 요지다.

한나라당은 이제부터 거품이 걷힐 것이라며 강 전 장관의 경쟁력을 깎아내렸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쇼’의 잔상은 3일을 못 간다”며 “오늘이 강 전 장관 인기의 절정이고, 이젠 인기가 빠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획위원장도 “열린우리당 계급장을 다는 순간부터 인기는 시들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강금실 효과’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서울지역 구청장 후보의 동반 당선 등 부수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민병두 의원은 “변화와 새로움에 대한 갈망, 진정성과 주체성을 중시하는 최근의 시대 흐름을 탈 수 있는 사람은 강금실뿐”이라며 “강 전 장관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사람이어서 텔레비전 토론 등을 통해 인기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광재 기획위원장도 “민주노동당 지지계층과 강남의 주부들까지 강 전 장관을 폭넓게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조용휴 폴앤폴 대표는 “강 전 장관의 신비주의적 인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고, 선거가 임박하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지지도도 수렴되는 게 상식인 만큼, 선거운동만 잘하면 실제 득표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불신이 너무 강한 상황”이라며 “열린우리당 후보라는 브랜드가 강화되면서 인기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승근 성연철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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