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여의도 당사 앞에서 출근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첫 공식 일정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혁신위 인선이 완료되면, 이들과 함께 광주 5·18민주묘지도 방문하기로 했다. 통합과 쇄신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되지만, 비윤석열계에선 혁신위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의 쇄신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유명무실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25일 국민의힘 관계자는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리는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인 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지난해 43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미국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사람이 링컨 대통령이다. 한국 민족한테는 링컨보다 더 훌륭한 분이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번엔 당 혁신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서는 “다음주 정도에 (혁신)위원이 정해지면, 제가 5·18(민주묘지)도 모시고 갈 것이다. 출발은 그게 맞는 거 같다”고 했다. 2020년 8월 김종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이 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의 뜻을 밝혀 호남 민심 돌리기를 시도한 바 있는데, 이를 연상하게 하는 행보다.
통합과 쇄신이란 두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노력으로 읽히지만, 비윤계에선 ‘당-대통령실의 수직적 관계 개선’, 윤 대통령과 김 대표의 변화를 추동하지 못한다면 ‘맹탕’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혁신위는 다선 의원들 수도권 출마나 불출마를 종용하고 ‘중진 의원들이 혁신을 거부한다’고 때리려는 작전이다. 국민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목하는 대상은 한 사람”이라며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 위원장의 혁신위 합류 제안을 거절했다며 “김기현 대표 사퇴 정도의 혁신안이 안 나오면, 혁신위는 큰 의미가 없다. 김 대표 시간 벌기용 허수아비 혁신위원은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을 의식한 듯 인 위원장은 “당대표는 물론, 기회가 주어지면 대통령과도 거침없는 얘기를 할 것”이라며 “제가 여기 온 것은 변화를 상징한다.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 위원장을 예방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취재진에 “저희(대통령실)가 공천이나 당의 운영에 개입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대화하겠다는 인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는 “누구에게나 속 시원하게 말을 잘하는 분이니, 스타일상 그렇게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민정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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