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가보훈부가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 기재 삭제 여부와 관련한 법률 자문과정에서 다수의 유도성 질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보훈부의 법률자문 의뢰서와 답변서를 보면, 보훈부는 지난 2월 백 장군의 친일파 행적 기재와 관련해 법률사무소 네 곳에 자문을 의뢰했다. 그런데 보훈부가 보낸 질의에는 백 장군 친일행적 기재가 무리하다는 ‘의중’이 드러나는 문구가 여럿 등장했다.
보훈부는 “친일행적이 대외적으로 공표되었더라도, 별도 법적 근거 없이 유족 의사에 반하여 현충원 홈페이지에 친일행적을 기재하는 것이 유족의 명예훼손 또는 인격권 침해를 야기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친일행적 기재가 유족·참배객의 편의 증진이라는 ‘안장자 검색’란의 운영 취지에 부합하는가”라는 질의도 있었다.
앞서 현충원은 2020년 7월 백 장군을 현충원에 안장하면서 누리집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는 문구를 기재했다. 그러나 국가보훈부는 지난 7월 백 장군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가 법적 근거 없이 기재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보훈부는 한 법률 사무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과 같은 표현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공개됨이 마땅하나 공개의 방식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훈식 의원은 “홍범도 흉상 철거를 위한 이념 전쟁부터 백선엽 장군의 친일파 기록 삭제 등 윤석열 정부의 역사 뒤집기 시도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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