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예시로 든 주요 역사문화 자산. 단 ‘국가상징공간’ 후보지이거나 확정된 곳은 아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교통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나선다. 서울의 주요 역사문화자산을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는 공간으로 꾸미고 활용한다는 취지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는 문화도시 서울에 ‘국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공간을 조성한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 국가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는 11일 “국건위, 국토부와 국가상징공간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했다”며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국가상징공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공동 계획수립과 홍보에 나서는 등 3개 기관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보훈부까지 참여하는 국장급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계획한 게 아니라 정부가 먼저 구상한 것”이라며 “(국가상징공간으로 선정되면) 수도 서울의 얼굴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도시경관이 좀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국가상징공간이 “도시의 주요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해 국가적 정체성을 표출하고 미래도시비전을 선도적으로 구현하는 대표적인 역사·문화·시민 소통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상징공간 조성이 “국가적 정체성과 국민적 자긍심을 고양하고 서울시민 전체가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상징공간 후보지가 결정된 것은 아니나, 서울시는 시의 주요 역사·문화자산 예시로 ‘독립문, 서울역, 청와대, 태릉·강릉, 김포공항, 올림픽공원, 현충원, 낙성대, 용산공원, 한양도성’을 들었다.
하지만 ‘뉴라이트 사관’에 기울어 역사 뒤집기를 시도하고 철 지난 반공 이념에 기대어 비판세력을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라 공격하는 윤석열 정부의 최근 행태를 고려할 때, 국가상징공간이란 미명 아래 수도 서울의 도시경관마저 국가주의·권위주의 색채로 덧칠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부터 시작해 냉전 시대 사고를 가진 윤석열 정부가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한다고 할 때 과연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역사를 가진 공간들을 어떻게 평가할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가주의적인 이념을 내세울 텐데 그것도 민주화의 역사를 부각하기보다 냉전 관련 공간이나 역사를 강조해 때늦은 이념 논란이 또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최준영 문화사회연구소장은 “권위주의, 전체주의적인 방식으로 ‘이게 국가이고 우리의 상징이다’라고 강요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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