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제국이 존속했다고 해서 일제보다 행복했다고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느냐”는 4년 전 발언으로 ‘친일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사람에게 대한민국의 국방을 맡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6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신 후보자가 ‘대한제국이 존속했다고 해서 일제보다 행복했을까?’라며 유튜브에서 공개 발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 나간 망언을 아무렇게나 지껄이다니 기가 막힌다”며 국방부 장관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는 지난 25일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장군의 소리’에 2019년 8월14일 올라온 영상에서 신 후보자가 해당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신 후보자는 영상에서 조선을 두고 일본과 패권 경쟁을 벌인 청나라, 러시아 등을 언급하며 “역사에 가정을 둘 순 없지만 그 당시 누가 이기더라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대한제국에는 재앙이었다. 조선을 승계한 대한제국이(에) 무슨 인권이 있었나, 개인의 재산권이 있었나. 대한제국이 존속했다고 해서 일제보다 행복했다고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그는 “(일본이) 우리를 점령한 것을 미워하는 건 그동안 다 했고 사과받고 돈 받았다. 이제는 잊어버리고 다시는 우리가 이런 꼴을 안 당하도록 부국강병을 해야 된다는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후보자 쪽은 “해당 발언은 우리가 외세의 침략이나 지배를 당하지 않도록 힘을 길러야 한다는 취지”라며 “우리나라가 식민지가 된 이유를 우리 민족 내부 잘못으로 돌리거나 일본의 침략 책임을 외면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2·12 및 5·16 군사 쿠데타 옹호와
“이완용이 비록 매국노였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는 발언에 이어 추가로 드러난 발언에 야당에서는 신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박 대변인은 “신 후보자는 수도방위사령관을 역임한 예비역 중장이고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방을 책임지겠다고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나선 사람이다”며 “대한민국 사람이 맞나? 아니면 마음을 속이고 사는 정신적 일본인이냐?”고 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까면 깔수록 더 발굴되는 신 후보자의 망언은 이런 사람이 3성 장군까지 했다는 것을 경악하게 만드는 수준이다”며 “군사 반란 옹호, 식민 지배 옹호, 이미 신 후보의 존재 자체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었던 것이다. 쿠데타를 옹호하는 사람에게 국방을 맡기는 제정신 아닌 일은 민주 국가에선 감히 벌어질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신원식 후보자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신원식 후보자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이 대변인은 “민주 헌정 질서 부정하는 자에게 국방, 절대 맡길 수 없다”며 윤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