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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힘, 원희룡에 부글…“노선변경 누가 봐도 이상, 총선 망해”

등록 2023-07-07 11:53수정 2023-07-08 23:24

원희룡 ‘일방적 백지화’ 발표에 부글부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오른쪽)과 김정재 간사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국토교통위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오른쪽)과 김정재 간사를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국토교통위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원 장관이 이런 결정을 “(여)당과 협의했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원 장관이 관련 발표를 할 때까지도 내용을 알지 못했던 의원들 사이에서는 “원 장관이 당을 들러리 세웠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원 장관은 7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백지화 발표 과정을 묻는 진행자의 말에 “전격적인 발표로 들렸을 수는 있는데, 어떻게 당하고 한마디 얘기를 안 하고 그렇게 (발표)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과는 한마디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양평 고속도로가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과 상의 없이 백지화 결정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대통령을 흠집 내기 위해 여사님을 계속 물고 들어가는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 프레임에 장관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원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실무당정협의회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사업 백지화 발표는 당과 상의된 내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전날 실무당정에 참석한 의원들은 원 장관의 백지화 발표 전까지 전혀 관련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6일 오전 10시 실무당정협의에 앞서 의원들에게 공유된 안건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대응’이었다. 원 장관은 실무당정 공개 발언에서 “가짜뉴스로 있지 않은 악마를 만들려는 시도를 국민이 심판할 수 있도록 저희가 강력한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공개회의에서도 원 장관은 ‘강력한 방안’을 의원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저희도 몰랐다. 고속도로를 할 건지 말 건지는 정치권에서 조율할 수가 없다”며 “이건 당정협의할 일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 참석자는 “(원 장관이) 여당 의원들을 사실상 ‘병풍’ 세운 거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더라. 비공개회의 때도 뭘 공유하는지 전혀 듣지도 못했고, 장관은 전화하느라, 메모지에 뭘 적느라 바쁘더라. (그 모습을 보고 용산과) ‘얘기하고 있는 거 아닌가’하는 추측이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원 장관이 (양평 고속도로에 대해) 책임지겠다고만 했지, (백지화 등) 내용은 전혀 얘기를 안했다”며 “회의 때 원 장관이 메모지에 혼자 막 뭘 적던데, 그게 아마 그날 발표한 백지화 내용이 아니었겠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전날 실무당정 논의 때 이번 논란을 ‘감싸기’에만 급급한 국토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국토부는 의원들에게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하고 난 뒤 노선을 바꾸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적힌 자료를 의원들에게 나눠줬는데, 이에 일부 의원들은 “예타를 하고 사업을 바꾸는 것은 ‘이례적’이지 이걸 어떻게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당정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예타 뒤 노선을 바꾸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며 “(관련 의혹을) ‘가짜뉴스’라고 하려면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우리가 그 내용을 모르지 않는가. 우리가 (사실관계도 모른 채) 잘못 끼면 총선에서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수직적 당정 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의원은 “이럴 거면 국토부에서 자체적으로 그냥 백지화 발표를 하면 되지, 왜 굳이 의원들을 불러서 들러리 세우는가. 대체 당을 어떻게 보는 건지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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