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초선 황보승희(부산 중·영도) 의원이 19일 국민의힘 탈당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보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최근 제 가정사와 경찰 수사 건으로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황보 의원이 지난 4월11일 전원위원회에서 질의 ·토론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황보승희 의원의 국민의힘 탈당으로 부산이 술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중에 부산 출신들이 유독 많다는 얘기가 돌면서 이 지역 현역 의원들은 좌불안석인 분위기다.
황보 의원이 지난 19일 자진 탈당과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국민의힘 안팎의 시선은 곧바로 황보 의원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구에 누가 갈 것인지에 쏠렸다. 중·영도구는 보수 성향이 강한 곳으로, 전략공천 관측이 돌기도 했었다. 그동안 출마자로 ‘검찰 출신’인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거론됐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서는 검찰 출신의 전략공천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박 실장은 검찰 출신인데, 그런 사람을 그냥 꽂으면 총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 (그 지역에) 가더라도 경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연일 거론되는 ‘검사 공천’에 철저하게 선을 긋는 분위기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검사 공천을 하겠다, 검사 왕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에서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검찰 출신인 대통령실의 주진우 법률비서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에 대해선 출마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두 사람은 검사 출신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킨 공신으로 분류해서 내년 총선에 공천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당 핵심 관계자는 말했다. 여권 내에서 차지하는 주진우·이원모 비서관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 남구 대연고 출신인 주 비서관은 남구와 붙어있는 수영구 출마가 거론된다. 이곳의 현역은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다. 서울 출신인 이원모 비서관은 수도권 출마가 예상된다.
또 다른 당 지도부 관계자는 “부산 수영구가 우리 당 사람들이 다 날아갈 때 유일하게 구청장을 당선시킬 정도로 텃밭이 좋은 곳”이라며 “윤 대통령이 티케이(TK)보다 부산 사람들이랑 더 친해서 피케이에서 교체될 사람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성훈 대통령실 국정기획 비서관은 부산진갑에, 윤 대통령과 ‘40년지기’라는 검찰 출신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해운대갑에 이름이 거론된다. 부산진갑은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해운대갑은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이 현역이다. 서 의원과 하 의원은 모두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이다.
현재 부산 지역 총 의석 18석 중에 15석은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부산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매우 강한 대구·경북과는 달라서, 어떤 인물을 공천하느냐에 따라 야당과의 의석 점유율이 크게 영향받을 수도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5%,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0%, 무당층은 23%였다.
총선을 10개월이나 앞두고 벌써부터 현역 교체론이 나오는 데 대한 의원들의 불쾌감도 상당하다. 부산의 한 의원은 “총선이 한참 남았는데, 누가 공천된다는 소문이 돌면 될 일도 안 된다”며 “지역 선거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게 아닌 걸 알면서 왜 이렇게 들쑤시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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