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20일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의견수렴을 해서 주 60시간 아니고 더 이상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주 69시간’ 정부안에 비판 여론이 일자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방침과 배치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또다시 혼선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지시는) 그렇게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개인적 생각에서 말씀하신 것”이라며 “(노동시간 개편) 논의의 가이드라인을 주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의견을 수렴해 주 60시간이 아니고 더 이상 나올 수도 있다”며 “캡(상한)을 씌우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 대통령이 굳이 고집할 이유는 저는 없다고 본다”고도 했다.
이는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힌 것과 달라진 기류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주 최대 60시간 미만’을 언급한 뒤 ‘다양한 의견 수렴’을 지시하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여러 작업 형태, 산업, 다양한 직종의 의견을 더 모아 공통분모를 찾고 제도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부각하기 위해 숫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뒤 윤 대통령의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 언급이 전달되고, 다시 이를 대통령실이 번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논란이 이어지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취지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것”이라며 “개편안에 대해 과하다는 걱정이 나오니 충분한 여론 수렴 쪽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노동시간은 점점 줄여나갈 것”이라며 현행 ‘주 52시간’과 ‘주 60시간’ 사이에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는 “임금 및 휴가 등 보상체계에 대한 불안이 없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노동시간과 관련한 정책 혼선을 바로잡기 위해 당정 간 소통 협의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국민, 엠제트 세대, 중소기업,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들의 입장을 사전에 듣고 입법에 반영하는 데 조금 소홀했던 것 아니냐 하는 반성이 있었다”며 “정부와 정당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은 늘 지역구에서 국민을 대면하고 있기 때문에 당에서도 피드백을 많이 줘서 입법에 참고하자는 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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