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21일 경북 성주골프장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을 촬영한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공개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12월26일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을 때 군의 탐지 및 전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이 북한 무인기의 용산 대통령실 상공 비행금지구역 침범을 뒤늦게 실토해 질타를 받은 데 이어 경계 실패까지 거듭 확인되면서 문책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의 무인기 대응을 점검한 합동참모본부의 전비태세검열 결과, 북한 무인기 탐지는 물론 전파와 공유 체계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육군 1군단 예하 방공부대는 지난달 26일 10시19분 북한 무인기를 처음 탐지하고 6분 뒤에는 ‘이상항적’으로 판단했지만, 이 사실은 수도방위사령부에 전파되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 상황을 각급 부대에 전파하는 긴급통신망과 대응 작전 상황 전파망이 모두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발 정보가 자동 전파되는 체계가 먹통이 되면서 오전 11시쯤에야 북한 무인기 침투 사실은 지상작전사령부와 공군작전사령부에 전화로 보고됐다.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상공 비행금지구역을 지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10시50분)보다 10분 정도가 늦은 시점이었다.
북 무인기 탐지 및 상황 전파 등 초동조처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공군작전사령부의 북한 무인기 대비 태세인 ‘두루미’ 발령 시각도 정오 정도로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군은 먹통이었던 긴급통신망과 상황 전파망을 이달 초 뒤늦게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비태세검열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북한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군의 경계망이 뚫린 사실이 거듭 확인되면서 문책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군 안팎에서는 지상작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공군작전사령관, 1군단장이 문책 대상으로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가 넘어왔을 때 유선전화로 보고가 이뤄지는 등 여러 문제점이 전비태세검열을 통해 확인된 건 사실”이라며 “문책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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