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과학기술·디지털 정책 방향’(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 행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28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투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초기 지시 사항과 함께, 윤 대통령이 무인기 격추 실패에 대해 군당국을 강하게 질타하며 “북한에 핵이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 된다”고 강경 대응을 주문한 사실을 자세히 공개했다. 북한의 전방위적 무력 도발로 한반도 안보 정세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 공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흐트러진 군 대비 태세를 정비하는 모습을 강조하며 안보 위기감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에선 이날 오전과 오후 두차례에 걸쳐 ‘안보 현안’ 브리핑이 이어졌다. 오전에 기자들을 만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가 수도권 상공을 침범한 직후, 윤 대통령이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점과 함께, 27일엔 우리 군의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와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윤 대통령의 당시 지시에 따라, 군당국이 북한 쪽으로 무인정찰기 RQ-101 ‘송골매’ 2대를 띄웠다가 복귀하도록 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그는 윤 대통령의 이 장관 질타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우리 군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그 신뢰가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데 대해 기강해이나 훈련이 대단히 부족한 게 아닌지 강하게 질책했고 (더 확실한 대응을) 주문하신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도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강경 대응’ 발언은 물론 초기 지시 사항까지 일일이 공개한 건,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은 것 등을 두고 대통령실의 대응 공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도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당시 “엔에스시를 열 상황도 아니었고 열 필요도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 지시사항을 국가안보실장이 수시로 받고 있었고 필요한 경우 국방부 장관을 통해 합참에도 전달이 되는 긴박한 상황이 실시간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엔에스시 개최 여부가 국민을 안심시키는 지표가 된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오후 브리핑에선 윤 대통령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비서실·안보실 참모들과 함께 회의를 하며,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하고 보복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늘 발언은) 국민을 지켜야 하는 대한민국 통치 수반으로서의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강경 대응이 도리어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대통령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평화 관리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군사적 대응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두가지 접근을 함께 놓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의 표현은 절제와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 국방 실무자들의 발언과는 격이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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