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신한울 1호기 준공식을 계기로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면 비판하며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연장근로 유연화’가 뼈대인 ‘노동 개혁’, ‘문재인 케어 폐기’가 핵심인 ‘건강보험 개혁’을 강조한 데 이어, 집권 2년차 진입을 보름 앞두고 전 정부 정책 뒤집기를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북 울진에서 열린 신한울 1호기 준공식 기념행사 축사(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독)를 통해 “정부 출범 이후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을 정상화했다”며 “이제 원전 생태계 복원에 더욱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2022년은 원전 산업이 재도약하는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전 업계를 위해 올해 1조원 이상의 일감과 금융, 연구개발(R&D)을 긴급 지원했다. 내년에는 그 규모를 2조원 이상으로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애초 준공식에 참석해 친원전 행보를 부각할 계획이었으나 전국적 한파 상황을 고려해 현장 일정을 취소했다. 지난 7일 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1호기는 국내에서 27번째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원전으로, 착공 12년 만에 가동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내어 신한울 1호기가 경북 전력 소비량의 4분의 1인 연간 1만424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생산하며, 향후 최대 연간 140만톤 이상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대체해 무역적자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강조한 ‘노동·건강보험 개혁안’, 최근 경제5단체장들과 한 비공개 만찬에서 언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52시간제 완화 등은 모두 전 정부 주요 사업에 반기를 드는 방식의 정책 추진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5일엔 국민 100명과 함께하는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해 △경제 민생 △지방시대 비전 전략 △교육·노동·연금개혁 과제에 대한 정책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이 자리에서도 윤 대통령은 ‘문 정부 정책 지우기’ 등을 포함한 ‘개혁 과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내년 상반기 중 임금체계와 근로시간 개편 등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안을 받아들인 입법안을 정부 여당이 발의하는 방안 등이 언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부 정책을 무조건 부정한다면 국정 성공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세종시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어 “정부가 주 52시간 노동제와 ‘문재인 케어’ 폐지를 사실상 공식화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과 병원비 부담에 고통받는 국민의 짐을 덜기 위한 핵심 민생 정책을 뒤로 돌리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하고 우리 사회를 한 발짝이라도 전진시킬 수 있다면, 상대의 정책이라도 빌려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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