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로비에 설치된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축구 국가대표팀 대형 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비에는 대형 사진 이외에 주장 손흥민 선수의 주장 완장과 사인볼, 축구화, 유니폼 등 기념품이 전시돼 있다. 이곳은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하던 곳이다. 대형사진이 걸린 가림벽이 들어서면서 출근길 문답도 중단됐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 민주주의를 깨고 거짓 선동과 협박을 일삼는 세력과 협치·타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확대 요구를 일축하고 파업을 ‘정리’한 윤 대통령이 ‘법치’를 앞세워 강경 드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화물연대) 파업기간 중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 “폭력, 갈취, 고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이 산업현장에 만연한 조직적인 불법행위 또한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무리 발언에선 발언 수위가 더 높아졌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깨려는 세력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반복해서 선동함으로써 대중을 속아 넘어가게 하거나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폭력을 동원해 겁을 주려고 한다”며 “우리 공동체의 기본 가치가 자유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과는 협치나 타협이 가능하지만 자유를 제거하려는 사람들, 거짓 선동과 협박을 일삼는 세력과는 함께 할 수 없다. 이는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진실을 중시해야 한다. 선동가가 아닌 전문가에게 국정을 맡기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화물연대 파업 대응을 계기로 ‘자유민주주의, 헌법 수호, 법치’ 등 그동안 본인이 강조하던 가치를 다시 내세운 것이다. ‘거짓을 반복하는 선동가’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발언을) 그대로 이해해달라”며 즉답을 피한 뒤 “불법과 타협하지 않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치·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윤 대통령 발언 취지에 따라 그가 거론한 ‘거짓 선동가’는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총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8일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섬뜩한 국가파괴 선동”이라고 맹비난했고 지난 9일 민주당이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통과시키자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들은 “민주당이 민주노총 하수인 역할에 나섰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국무회의에서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활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법인세 인하 문제를 윤 대통령이 연이틀 강조하며 채근한 것이다. 민주당은 “입법부인 국회를 자신을 위한 통법부쯤으로 여기는 저급한 인식이 드러났다”(박홍근 원내대표)며 반발했고 국회 예산안 협상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양당 원내대표 회동도 소득이 없었다. 만남을 주선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15일 예산안 처리 방침’을 강조하며, 두 원내대표에게 국회 상임위·예결위 심사를 반영한 ‘제3의 수정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김진표 국회)의장께서 ‘정부안이나 민주당 수정안을 (의결)하게 되면 또 가까운 시간 안에 추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상임위·예결위 심사안을 토대로 합의안을 만들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감액 중심의 수정안을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왔고 지금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며 정부·여당을 거듭 압박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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