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파업을 중단했는데도 정부는 강경 대응 기조를 꺾지 않고 있다. ‘선 복귀, 후 대화’와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약속을 게눈 감추듯 거둬들이고는 ‘법과 원칙’만 되뇌는 모양새다. 이참에 노동계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마저 읽힌다. 정부가 합리적인 중재자와 조정자 역할을 내팽개친 채 경영계의 이해만 대변하면 노사관계는 더욱 불안해지고, 그 피해는 양쪽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의 파업 과정에서 부당한 공동행위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있었는지 계속 조사하겠다고 한다. 화물연대 파업을 ‘담합’으로 몰아가겠다는 뜻이다. 이렇듯 자의적으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9년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지침’을 개정하면서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보호를 강조했던 태도를 정반대로 뒤집고는 변명 한마디 없다.
정부는 대화와 협상의 틀을 마련하기는커녕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초유의 강수로 노동자들의 무릎을 꿇렸다. 업무개시명령이 강제노동 등을 금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아랑곳하지 않음으로써, 정부는 법과 원칙에 대한 강변이 정작 힘의 논리일 뿐임을 스스로 입증한 거나 다름없다. 파업 내내 얼굴 한번 내밀지 않은 정유사들이 이제 와 화물노동자들에게 화물연대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이중잣대를 믿지 않고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부당노동행위’다.
윤석열 정부는 힘으로 화물연대 파업을 깨뜨린 기세를 몰아 ‘노동개편’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고용노동부 의뢰를 받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노동시간 규제를 유연화하고 임금체계를 성과와 직무 중심으로 바꾸는 내용의 권고안을 12일 발표한다. 공공부문 인력 감축과 외주 민영화도 더욱 거세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강경 일변도의 정책은 생존을 위협받는 노동자들 또한 더욱 강경한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할 것이다.
노사가 대화를 통해 현안을 풀어가는 것은 무엇보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최선의 길이다. 정부는 파업으로 천문학적인 경제 손실을 봤다고만 할 게 아니라, 불필요한 손실을 예방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