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경기도 성남시가 발행한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 김기성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문제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문제를 사이에 둔 여야 갈등 탓에 2023년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2일)을 넘길 게 유력해진 가운데 ‘지역화폐’ 예산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역화폐가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간판 성과’로 손꼽히는 까닭에 정치적 기싸움 성격도 없지 않다.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대표되는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은 1일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5000억원이 증액된 상태다. 정부는 애초 내년도 예산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전혀 배정하지 않았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예산심의에서 역점을 두는 것이 지역화폐 예산 복구”라며 강한 의지를 표시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9일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지역화폐 예산을 0원에서 705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 금액은 지난달 17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과 협의 과정에서 2050억원이 깎인 5000억원으로 조정됐다.
지역화폐에 대한 여야의 견해차는 크다. 행안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1일 <한겨레>에 “
지역화폐가 골목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성과가 입증된 만큼 올해 수준(7050억원)으로 증액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적 여론에도 호응할 수 있는 민주당의 대표 상품이다”라고 말했다. 지역화폐가 소비를 진작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선순환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가 본래 목적을 잃었다고 본다.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예산안 심사의 가장 큰 관문이 지역화폐”라며 “전국이 다 똑같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데, 정부가 돈을 대주는 건 철학에 맞지 않는다.
사업을 정하고 싶으면 지자체가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 사업의 애초 취지와 달리 서민·영세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보다 일반 현금처럼 마트나 주유소, 병원 등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8년 고용, 산업 위기에 처한 전북 군산, 경남 거제·고성, 전남 영암 등의 지역 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지역화폐 발행에 국고를 보조했다. 시민들은 10%가량 할인된 상품권을 살 수 있다. 정부는 지방정부에 할인액의 40%를 국고로 보조한다. 2018년 100억원의 국고지원을 받아 한시적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상품권을 발행하고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2019년 884억원→2020년 6689억원→2021년 1조2522억원으로 국고지원 규모가 커졌다.
특히 이 사업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 이재명표 정책 성과로 평가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이 예산을 깎으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경제 전문가가 왜 경제순환 효과를 모르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화폐 예산은 이재명 대표 개인이 주장하는 예산일 뿐이다. 그 비용을 왜 국민이 부담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지역화폐 예산 외에도 여야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주거정책 관련 예산을 두고도 맞선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분양주택 예산 1조1393억원을 감액한 반면, 이 대표의 대표 정책인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5조9409억원 증액했다.
갈등 사안은 예결위원회 여야 간사와 기획재정부 담당자 등이 참여하는 예결특위 소소위원회에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각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깎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관련 예산을 늘리고, 민주당은 7050억원의 지역화폐 예산을 원상 복구하는 타협을 할 수 있다. 예결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서로 지렛대가 있어서 그걸로 타협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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