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렵사리 이뤄진 ‘예산안 처리 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라는 여야 합의가 각 당 강경파 목소리에 휘둘려 위태롭다. 극한 대치 속에 모처럼 나타난 ‘타협의 정치’가 ‘갈등의 정치’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과 탄핵 소추안을 사이에 두고 우왕좌왕했다. 원내지도부는 지난 25일 이 장관 파면 요구와 해임건의안 추진 카드를 꺼냈다. 지난 23일 국민의힘과 이태원 참사 국조 추진에 합의한 뒤 이틀 만이었다.
당 안에서는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추진하면 국정조사 판을 야당이 깨는 것이라는 비판에 대한 부담 등을 고려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29일 의원총회에서 김용민 의원이 “해임건의안이 아니라 탄핵소추안으로 바로 가자”고 주장하는 등 당내에서 강경론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할 가능성이 농후한 해임건의안보다 이상민 장관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문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당은 30일 ‘해임건의안 뒤 탄핵소추안’ 추진으로 태도를 정했지만, 갈팡질팡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반발을 초래하고 ‘국정조사 거부’에 대한 명분을 제공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민주당의 전략에 다소 문제가 있다. 국민의힘에 ‘야당 탓에 국정조사가 무력화됐다’고 할 빌미를 준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강경 반응이 쏟아지면서 국조 합의를 흔들었다. 윤핵관들은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을 위한 본회의에서도 반대(장제원 의원)하거나 불참(권성동 의원)하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추진에 ‘국조 파기’로 맞서야 한다는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윤핵관’ 중 한명인 윤한홍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 “국정조사가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행안부장관 해임, 탄핵 운운(하며 민주당이) 속내를 드러냈다”고 썼다.
대통령실의 부정적인 기류와 윤핵관들의 반대 속에 민주당과의 국정조사 합의를 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난감한 처지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이상민 장관의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을 꺼내들며 더욱 난감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주변에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는 말이 들린다. 한 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욕을 먹어가면서 합의안을 만들었는데 민주당에서까지 저렇게 나오니 주 원내대표가 곤란한 상황이 됐다”며 “당내 강경한 의견을 가진 이들이 벌써부터 비판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해임건의안 등 민주당의) 처리 과정을 보며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야 강경파 탓에 ‘타협의 정치’가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고 했다. 최창열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강성 의원들의 목소리가 과대대표되면서 정당 정치 체제를 경색시키고 있다”며 “양당 모두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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