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환영인사들의 영접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4박6일간의 첫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16일 새벽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수습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예산 정국 등 산적한 국내 정치 현안을 마주하게 됐다. 민심과 동떨어진 ‘마이 웨이’ 기조만 부각된 상황에서 연말 예산안을 두고 야당과의 협치가 필요한 시점에 맞닥뜨리면서 윤 대통령의 정치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과 설화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이상민 장관 거취와 관련해 여전히 ‘진상규명 먼저’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여전히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이 대통령 순방 기간이던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고 말해 야권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도 성남 서울공항으로 마중 나온 이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고 말하며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관에 대한 재신임 의지를 보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장관은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이 직무유기·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하면서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장관 경질과 함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을 압박하고 있다. 17일부터 예산 증감액을 심사하는 예산안 조정소위(예산소위)부터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국회 예산 정국이 윤 대통령에겐 풀기 어려운 고차원 방정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해 민주당은 상임위에서 △대통령실 이전 △경찰국 신설 등 대통령실 주도 예산을 대거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이를 막을 뾰족한 대안도 마땅치 않다. 예산안 국회 처리 법정 시한은 12월2일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법정 시한을 넘겨 예산안 처리가 계속 늦춰진다면, 전년도와 동일한 예산안을 집행하는 ‘준예산’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준예산 사태를 감수하고라도 야당에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야당과의 팽팽한 대치를 예고했다.
대통령실은 연말까지 ‘정책 챙기기’ 기조를 유지하며 임기 6개월간의 성과를 부각하는 데 몰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음달에는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 성과를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월께 국정과제 대국민 보고대회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난 10월27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처럼 생중계해 가감 없이 국민께 보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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