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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사 대상 ‘피의자’ 이상민 장관, 한시바삐 경질해야

등록 2022-11-16 18:13수정 2022-11-17 00:33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며 신임을 표했다. 귀국한 16일에는 서울공항에 마중 나온 이 장관과 악수하며 “고생 많았다”는 격려의 말을 건넸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며 신임을 표했다. 귀국한 16일에는 서울공항에 마중 나온 이 장관과 악수하며 “고생 많았다”는 격려의 말을 건넸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신분을 ‘피의자’라고 못박았다. 또 혐의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에 해당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통보 대상이고, 공수처가 사건 이송 여부를 회신하기 전까지는 “필요한 수사 절차를 모두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이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돼 있는 상황에서, 이 장관이 경찰 특수본의 수사를 받는 것은 그 자체로 상식에 반한다. 수사가 제대로 될 리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장관의 경질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참사 이후에도 줄곧 ‘선 수습 후 문책’을 강조하며 고교·대학 후배인 이 장관을 표나게 감쌌다. 지난 11일 아세안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할 때, 이 장관의 팔을 툭툭 치며 각별한 신임을 표시했다. 바로 다음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 장관은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느냐”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비등한 경질 여론에 불을 붙였다. 대통령도 순방 중 보고를 받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귀국하는 길에 마중 나온 이 장관을 향해 “고생 많았다”며 격려했다. 대통령의 이런 언행은 이 장관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의 크기에 비추어 더없이 부적절하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관련 법령에 따라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경찰의 치안 사무 관장,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 총괄·조정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 된 ‘지역축제 등에 대한 안전관리대책 추진’도 행정안전부(재난협력실) 소관 업무다. 때문에 참사 이후 문책 경질이 당연해 보였음에도 이 장관은 대통령의 비호에 기대어 여태 자리를 보전했다. 그러나 피의자 신분이 확인된 만큼 경질이 불가피해졌다. 역대 정부들에선 고위 공직자가 피의자로 조사받기 전 사표를 받거나 경질해 ‘전직’ 신분으로 조사받도록 조처해왔다. 국민에게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 차원에서다. 이런 관행은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특수본 수사는 ‘셀프 수사’라는 근본적 한계 속에 마냥 하위직 위주로 진행돼 호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 장관까지 그 자리에 계속 둔다면 수사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이번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생각이라면, 사적 인연과 미련을 버리고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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