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깊지 못한 처신" `3.1절 골프' 대국민사과
이해찬 총리가 5일 '3.1절 골프 파문'에 책임을 지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실상 사의를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아프리카 순방(6-14일)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달 중순께 이 총리의 사의 수용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여권내에서는 노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의표명을 즉각 만류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어서 노 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특히 `실세총리'로 불리는 이 총리의 사의표명으로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과 총리 골프 파문으로 이어진 정국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으며,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간 정국주도권 쟁탈전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을 통해 "사려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총리는 이어 "본인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내일부터 14일까지 해외순방을 하시기로 계획되어 있으므로 해외순방을 마치신 후에 대통령께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리는 4일 저녁 청와대 관저로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국민사과 입장표명 계획과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보고하면서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저녁 총리가 대통령께 전화를 걸어 '내일(5일) 아침에 대국민사과를 하고 거취문제를 순방후 협의하겠다'고 말했고, 대통령은 '순방을 다녀와서 보자'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국민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결정한 것으로 본다"며 이 총리의 결단을 긍정 평가했고, 여권 핵심관계자도 "사실상 사퇴 표명"이라면서 "총리라는 직분의 중요성도 있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해 대국민 사과 형태로 사퇴를 간접 표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골프파문이 많은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정법을 위반한 최 의원은 언제 어떻게 사퇴할 것인지, 아니면 사퇴를 안할 것인지를 명백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국민의 감정이 악화돼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 전에 그만두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본인으로서도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이 총리의 조기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특히 "열린우리당이 현재 과반수가 안된다는 것을 노 대통령은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해 노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의를 즉각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계진 대변인도 "이 총리는 노 대통령이 귀국하는 즉시 총리직은 물론 의원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성기홍 한승호 기자 sg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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