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농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사실상 이 법안을 단독 처리한 데 이어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도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비용 추계서도 없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며 “농민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거나 쌀 수요 대비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일 때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전날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국회 농해수위를 통과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격차가 벌어지고 과잉공급 물량을 결국 폐기해야 한다. 농업 재정 낭비가 심각하다”며 “국회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판한 것을 두고, 향후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입법 중 포퓰리즘으로 재정 파탄을 불러올 내용이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것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런 관측을 부추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쌀 매입에 예산을 다 써버리면 (농업의 디지털 전환 사업인) 스마트팜은 망하게 둬야 하냐”며 “윤 대통령이 이쪽 스터디가 많이 돼 있어,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아직 거부권 행사를 언급할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국회를 방문한 이진복 정무수석은 기자들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묻자 “아직 거기까진 솔직히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국회에서 잘 정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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