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쌀 시장 격리(정부 매입) 의무화를 뼈대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이날 안건조정위 회의를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이 일방적 진행에 반발해 회의에 불참해 사실상 법안을 단독 처리한 것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를 앞두고 7대 핵심 입법과제의 하나로 법안 처리를 추진해왔지만, 국민의힘은 법안이 시행되면 오히려 쌀 공급 과잉을 부르고 정부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법안에 반대해왔다.

민주당이 지난달 15일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해당 개정안을 의결하자, 국민의힘은 같은 달 26일 민주당의 단독 처리를 막기 위해 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한 바 있다. 안건조정위는 이견이 큰 법안을 상임위 안에서 최대 90일까지 심의하도록 한 제도로, 다수당 3명과 나머지당 3명 동수로 구성된다. 단, 재적위원 6명 중 3분의 2 이상(4명)의 찬성이 있으면, 별도 심의 기간 없이 법안을 가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관례에 따라, 연장자인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안건조정위 임시 의장을 맡았지만 국민의힘 쪽이 위원장 선임 절차를 미루자 민주당은 지난 3일 단독으로 회의를 열어 윤준병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민주당은 이어 9일 만인 이날 비다수당 몫 안건조정위원인 윤미향 의원의 도움을 얻어 단독으로 법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국정감사 이후 더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자고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민주당이 국정감사 자료 정리일인 오늘 일방적으로 일정을 잡아 법안을 처리한 것은 다분히 정략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당의 협상 의지가 없어 단독 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윤준병 안건조정위원장은 이날 안건조정위 회의에서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취지로 안건조정위 상정을 요청한 여당이 2차에 걸쳐 참석하지 않았다”며 “안건조정위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고 오히려 발목잡기만 하겠다는 것으로, 이런 상태로는 건설적 대안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