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을 찾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쌀값 안정화’를 위해 당론으로 추진 중인 법안이다.
정 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을 찾아 “쌀이 부족했을 때는 그 정책이 맞지만, 지금은 (쌀이) 과잉 생산되고 있어 처리에 이미 많은 세금을 쓰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앞서 10차례에 걸쳐 초과생산 물량을 수매했는데, 초과 물량만 사서는 (산지 쌀) 가격이 안 올라갔다.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국회 상임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다뤄지기 전에 농식품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취지로 열렸다.
민주당은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과잉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단독 처리’도 불사할 태세다. 하지만 정부는 쌀 매입이 의무화될 경우 이미 생산이 넘치는 쌀의 과잉 생산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며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정 장관은 현재 국회 상황에 대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여야가 충분히 논의하면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저희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담긴 논에 다른 작물을 심는 경우를 지원해 쌀 과잉 생산을 방지하는 제도(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 장관은 “2018∼2020년 3년간 관련 사업을 했었는데, 현행 방식의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으로는 벼 재배면적 감축에 성공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이 실시된 2018∼2020년에 오히려 벼 재배면적이 더디게 줄었다는 취지다.
정 장관이 제시한 대안은 ‘가루 쌀 산업 육성’이다. 가루 쌀은 빵, 쿠키, 국수 등을 만들 수 있는 밀 대체 작물이다. 정 장관은 “식량 자급률을 높이면서 수입 밀 소비량도 줄일 수 있다. 충분히 성공이 가능하다”고 자신감 드러냈다.
만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정 장관은 농식품부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너무 일찍 나온 말이다. 제가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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