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의 무능을 ‘문재인 죽이기’로 가리려 한다”며 장외 여론전에 들어갔고, 국민의힘은 조사 거부가 “특권의식”이라고 대대적 공세를 취했다.
민주당은 4일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 통보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헛발질로 판명 난 북풍몰이를 빌미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보복감사를 시도하고 있다. 사정권력으로 공포정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감사원 조사를 용인하고 조장한 뒷배가 없다면 불가능한 명백한 정치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 뒤 국회 중앙홀에서 ‘정치탄압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규탄대회도 열었다. 박범계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장은 규탄문에서 “헤아릴 수 없는 정권의 무능을 ‘문재인 죽이기’ ‘이재명 죽이기’로 가리려는 윤석열 정권의 계획은 필패”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직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회의록 공개를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회의에서 월북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제시됐고,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도 정부 쪽 판단에 동의했던 만큼, 이를 공개해 감사원의 의도가 ‘정치 보복’이라는 것을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회의록 공개가 여의치 않으면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이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감사원 앞 릴레이 1인 시위도 이날부터 시작됐다. 장외 여론전의 운을 뗀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특권을 인정해달라는 거냐고 되쳤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감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하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권을 가질 수도 없고 (감사원 조사에) 응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며 “전직 대통령에 대해 특권을 인정해달라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당 중진들도 “문 전 대통령과 그 가신들은 여전히 착각 속에 빠져 ‘제왕 놀음’에 빠져 있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김기현 의원), “국민을 상대로 무례했던 지도자는 더더욱 엄정하게 심판받을 것”(권성동 의원)이라고 가세했다.
여야 공방은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으로도 옮겨붙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탄압 중단하라’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오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쟁국감 NO(노) 민생국감 YES(예스)’라고 쓴 손팻말로 맞불을 놓으면서 회의 개의가 51분이나 늦어졌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질의에서 “사정기관을 내세워서 정치적 꼼수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보이는 것 같다”며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원도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것이 아니라 그냥 피조사자로 다루면 된다. 즉각적인 강제조사를 촉구한다”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은 이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 조사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정운 감사원 대변인은 <한겨레>에 “문 전 대통령 추가 조사에 따른 실익이 없으므로 하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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