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서면조사 통보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사정 정국’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빈손 외교’ 논란과 비속어 파문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윤석열 정부가 ‘국면전환용 카드’를 빼내 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 사안과 관련해 3일 <한겨레>에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원은 헌법이 보장한 독립기관이다.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기관에서 진행하는 감사를 두고 대통령실의 입장을 내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현 상황을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원이 오는 13일까지인 감사 종료 시점을 앞두고 당시 최종 결정권자였던 문 전 대통령에게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 정부에 대한 사정 국면은 시간문제였을 뿐 예고됐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 정권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나타내며 여러차례 ‘적폐 청산’을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를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해야죠. 그러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시스템에 따라 받는 거지 누가, 누구를 보복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여권은 집권 직후부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문제 삼았다. 해양경찰청과 국방부는 지난 6월 “숨진 공무원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월북 추정’이라는 문재인 정부 발표를 뒤집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 청구소송 항소를 취하해, 전 정부의 입장에서 돌아섰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1월 법원이 피살 공무원 유족이 청와대와 해경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항소한 바 있다. 지난 1월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이 사건에 관해 “북한에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국민의힘이 티에프(TF)를 꾸려 이 사건을 쟁점화하고, 감사원은 7월 감사에 착수하면서 발을 맞췄다.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요청한 시점(9월 말)은 윤 대통령이 그 전주 순방 기간에 빚어진 비속어 파문과 ‘빈손 외교’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과 맞물린다. 윤 대통령이 불리한 처지에 놓인 가운데 ‘문재인 때리기’ 카드가 나온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한겨레>에 “여권으로서는 국정 운영의 주도권이 흔들리고, 국민의힘 내부 혼란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전 기회를 모색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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