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비속어 관련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기간 중 본인이 내뱉은 비속어 발언과 관련해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며 이를 보도한 언론 탓을 하자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발생한 ‘비속어 논란’ 책임을 언론에 전가하고 언론탄압을 획책하고 있다”며 “현업 언론단체들은 이 같은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번에도 언론 탓인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제목의 성명을 통해 “막말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정부와 여당이 지금 해야 할 것은 궁여지책으로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 위기를 자초한 대통령의 사과와 내부적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 등은 오는 2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현업 언론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나머지 얘기는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5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비속어 발언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를 모두 덮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본질은 ‘외교참사’가 아니라 ‘정언유착’이 낳은 ‘언론참사’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영상을 촬영한 이가 <문화방송>(MBC) 소속 카메라 기자고, 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에 앞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문제 제기를 통해 먼저 그 실체가 알려졌으니 이는 문화방송과 민주당의 정언유착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문화방송 노사는 성명과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과 여당이 ‘이 ××’ ‘쪽팔려’ 등 비속어에 대해 사과하기보다 정언유착 등 무리한 의혹을 제기하며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비속어 논란의 핵심은 우리나라와 국민을 대표해 외교 무대에 선 대통령이 욕설과 비속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 국민 모두를 낯뜨겁게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전국민을 청력 시험에 들게 한 것도 모자라 사과나 그 흔한 유감 표명은커녕 오히려 언론 탓을 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가 부끄럽다”고 밝혔다.
문화방송 사 쪽은 여당이 주장하는 정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해당) 영상은 엠비시 기자가 개인적으로 찍은 영상이 아니라, 대통령실 풀(Pool) 기자단의 일원으로 촬영하고 바로 전체 방송사에 공유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풀 기자단의 특성을 모를 리 없음에도 마치 엠비시만 이 영상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화방송은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엠비시를 ‘좌표 찍기’한 후 연일 부당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며 “이는 ‘비속어 발언’으로 인한 비판을 빠져나가기 위해 한 언론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언론 통제이자 언론탄압”이라고 반박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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