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출근길 문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출근길에 순방 도중 자신의 비속어 사용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언행과 외교 실패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성과 없는 순방외교에 자신의 욕설과 막말까지 부각되자, 언론의 왜곡 보도 탓으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책임 떠넘기기에 나선 셈이다. 성찰과 변화를 기대했을 국민들로선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외교는 영국 여왕 조문 불발과 한-일 정상회담 ‘저자세’ 논란, 한-미 정상회담 무산과 48초 환담 논란 등으로 얼룩지며 총체적 실패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이 ××들” “쪽팔려서” 등 비속어 사용 논란이 더해지며 국격마저 추락했다. 국가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다면, 뼈저린 성찰과 상황 분석을 통해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대책을 내놓는 게 기본이다. 이런 내용은 쏙 뺀 채 언론에만 화살을 겨눈 건 국정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의 자세와 너무도 거리가 멀다. 특히 관련 보도를 동맹 훼손과 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건, 이 사안을 진영 공방으로 몰고 가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이 든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술 더 떠 이 논란을 처음 보도한 <문화방송>(MBC)과 더불어민주당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하며 공영방송을 손보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가 부정확한 상황에서 엠비시가 영상에 자막을 달아 내보냈고, 보도 이전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 사안을 언급한 데 비춰 유착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태의 근본 책임은 윤 대통령이 대미 외교 현장에서 시정잡배나 쓸 거친 욕설과 막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데 있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는 본질이 아니다. 미국 의회나 대통령에게는 막말을 쓰면 안 되고 우리 국회에는 써도 괜찮다는 건가. 그게 누구냐를 따지기에 앞서 사과부터 해야 한다. 또 박 원내대표의 언급이 나왔을 때는 이미 대부분 언론과 기자들이 관련 사실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문화방송만 겨누는 것은 언론통제,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외교정책 전반을 돌아보고 무능한 외교라인을 전면 쇄신하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국민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고 있음을 무겁게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