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21일(현지시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있는 미국 뉴욕의 한 빌딩을 찾아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비속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방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주장의 근거가 허약한 부분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26일 <문화방송>(MBC)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의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을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라는 자막을 단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처음 보도한 <문화방송> 영상이 한국 시각 지난 22일 오전 10시7분에 인터넷에 올라왔는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보다 전인 오전 9시33분에 당 회의에서 해당 발언을 했다면서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문화방송>이 이걸 입수한 시간이, 또 방송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 전에 박홍근 원내대표가 이를 다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그날 문화방송이 보도하기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받은 글’ 형태로 급속하게 퍼진 상태였다. 윤 대통령이 뉴욕에서 ‘제7차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을 박진 외교부 장관 등과 빠져나오면서 해당 발언을 하는 장면이 담긴 ‘반디캠’(녹화프로그램) 영상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김동하 전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그날 문화방송이 보도하기 26분 전인 오전 9시41분 페이스북에 해당 영상을 올리고 “쪽팔리다(부끄러워 체면이 깎이다). 그래도 힘내십시오. 집 떠나면 원래 고생입니다”라고 적었다.
전용기 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26일 긴급 입장문을 내어 “지난 22일 오전 <문화방송> 보도가 나가기 전에 대통령의 욕설 영상과 내용이 온라인상에 돌았던 건 대부분의 기자와 대통령실 대변인단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이런 영상을 확인해서 대응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또한 해당 영상을 촬영한 기자가 문화방송 소속이라는 점 또한 부각하면서 문화방송의 최초 보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문화방송은 성명을 내어 “영상은 엠비시 기자가 개인적으로 찍은 영상이 아니라, 대통령실 풀(Pool) 기자단의 일원으로 촬영하고 바로 전체 방송사에 공유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풀 기자단의 특성을 모를 리 없음에도 마치 엠비시만 이 영상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성 정책위 의장은 또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30분 동안 약식회담을 한 것은 굴욕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 “한번 오면 한번 가고 하는 것이다. 이번엔 저희가 하러 갈 차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뭐가 굴욕적이라는 거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직전 한-일 정상회담인 2019년 12월24일 중국 청두에서의 회담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을 방문해 이뤄졌다. 당시 청와대는 그 앞의 2018년 9월 뉴욕 한-일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의 숙소에서 열렸기 때문에 아베 총리의 숙소에서 회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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