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어려울 때도 우리 서문시장과 대구 시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제가 기운 받고 가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규제혁신전략회의’ 개최를 계기로 방문한 대구 서문시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같은 날 발표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는 27%(한국갤럽 기준). 같은 조사업체 기준 지지율 최저치(24%·8월1주차)는 겨우 벗어났지만 위기였다. “이 시점에 보수 대통령이 찾을 곳이 대구 말고 어디 있겠느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닷새 뒤 31일,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부산 항만에서 열었다. 그는 “부산에 와보니까 정치를 시작하고 바로 처음 부산을 찾았던 때가 기억이 난다”며 “북항 재개발 현장에서 부산을 세계적인 해양도시, 세계적인 무역도시로 만들겠다는 말은 선거 과정이나 국정을 운영하는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30 부산엑스포,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이전 등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티케이(대구·경북) 피케이(부산·울산·경남) 순회는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의 지지율 하락세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이 방문한 뒤, 민심은 달라졌을까?
윤 대통령의 현장 행보는 지지율 반등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갤럽의 8월4주차 대구·경북지역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가 39%, ‘잘못하고 있다’가 48%였다. 윤 대통령 방문 뒤인 9월1주차 결과에선 ‘잘하고 있다’(43%) ‘잘 못하고 있다’(45%)로 나타났다. 의미있는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변화가 없었다. 대통령 방문 전후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34%에서 35%를 기록했고, ‘잘 못 하고 있다’는 56%로 같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8월4주차(22∼26일)와 5주차(29∼9월2일) 여론조사를 비교했을 때도, 대구·경북 지역의 국정 운영 평가는 오히려 부정적인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4.2%에서 40.9%를 기록했고, ‘잘 못하고 있다’는 48.5%에서 57.9%로 10% 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자세한 조사 개요는 리얼미터·한국갤럽 누리집과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한겨레>에 “이 지역 민심은 윤 대통령에게 호의적일 순 있지만, 당내 갈등, 보수가 지닌 원칙을 넘어서는 문제에는 오히려 매섭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한진물류터미널을 방문해 부산신항 개발계획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항만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지율 왜 안 오르나…“김 여사 문제 등 부정적 이미지 해소 없인 어려워”
대통령실은 명절 앞 지지율 40% 회복을 목표로 했다.
영남 지역 행보를 잇달아 기획한 것은 이 지역 지지율 회복을 디딤판 삼아 전국 지지율 상승세를 견인하려던 계산이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반응이 나오지 않자 대통령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공개적으로는 “초심을 유지하고 부단하게 최선을 다하겠다”(지난 5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며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말을 내놓았다.
그러나 좀체 돌아오지 않는 지지층 탓에 속내가 느긋하지 않다. 대통령실은 영남의 지지세 이탈을 막지 않으면, 20%대 지지율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일차적 이유는 당내 혼란상 때문이다. 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집토끼 이탈 신호를 위험하다고 평가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추석 이후에도 지지율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면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이어지며 국정 동력 살리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취임 4개월이 되도록 완전히 꾸리지 못한 내각으로 대표되는 인사 참사 △김건희 여사의 사법 리스크와 사적 채용 특혜 의혹 △‘정치 초보’ 윤 대통령의 미숙함 탓에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진 상황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 없이는 지지율이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가 희망으로 내세운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 탓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치와 공정의 문제로도 연결되는 김 여사 문제 등도 현 정권에 대한 지지 철회, 유보를 이끄는 복합적 요인”이라고 말했다.배철호 리얼미터 전문위원도 “‘체리따봉’ 문자메시지가 노출되면서 당무에는 거리를 둔다는 윤 대통령의 기조는 진정성을 보이기 어렵다. 당 핑계만 댈 수 없는 이유다”라며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인식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이미지 리빌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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