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두달 만에 30%대로 내려앉았다. 고물가 등 경제위기 속에 참사에 가까운 내각 인사까지 겹치면서 지지층 안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37%로 나타났다.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직후 53%였던 긍정 평가가 한달 만에 16%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9%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등에 이어 갤럽 조사에서도 부정 평가가 긍정을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40%를 밑돌았다.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54%)과 부산·울산·경남(45%)에서만 긍정 평가가 부정을 앞섰다. 갤럽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는 주로 중도층과 무당층에서 변화가 나타났으나, 이번에는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에서 긍정률 하락, 부정률 상승 기류가 공통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직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윤 대통령의 임기 초 지지율은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불렸던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 막바지였던 2014년 12월 셋째 주 조사에서 직무 긍정률이 처음 40% 아래로 떨어졌다. 취임 취임 1년10개월여 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2년5개월여 만인 2019년 10월 셋째 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등의 여파로 40%선이 붕괴됐다.
윤 대통령이 ‘잘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의 25%는 그 이유로 ‘인사’를 첫손에 꼽았다.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연속 낙마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등 ‘인사 참사’가 잇따른 탓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국외 출장길에 공식 채용하지 않은 민간인을 대동하거나, 친척을 대통령실에 채용한 사실까지 확인되는 등 ‘지인 찬스’ 논란이 이어진 것도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런 지적에 “도덕성 면에서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과 비교될 수가 없다”(지난 4일)는 식의 거친 반응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8일에도
친척 채용에 대한 비판에 “(이 친척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마빌딩(경선 캠프)에서, 당사(대선 캠프)에서 공식적으로 열심히 함께 선거운동 한 동지”라며 민심과 동떨어진 태도를 보였다.(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대통령실에선 지지율 40%선마저 붕괴되자 표정 관리에 나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나 더 열심히 하라는 국민 뜻으로 해석하고 신경 쓰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이미 말씀하셨지만 ‘국민만 보고 간다’는 그 점은 달라진 것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물밑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지지율은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갈 유일한 엔진인데 꺼지거나 식어가는 것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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