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5일 내각 인선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 검증’ 지적에 “다른 정권과 비교해보라”고 반박했다. 여전히 과거 정부와 경쟁하고 언론의 비판을 배척하는 정치 신인 대선 후보 시절처럼 ‘갈라치기’에 몰입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이 전날 낙마한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만취운전 등 전력에도 임명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성희롱 발언 전력의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언급하며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 “다른 질문”을 요청했다. ‘충분히 검증 가능한 것들이었다’는 추가 질문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세요”라고 말했다. 이후 등을 돌려 발걸음을 떼면서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들을 (보라)”이라며 냉랭하게 집무실로 올라갔다.
윤 대통령의 날 선 반응은 박순애 부총리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임명장을 건네주면서 “언론의,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박 부총리를 두둔했다. 만취운전, 제자 갑질 의혹을 받아온 박 부총리를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임명하면서 언론과 야당의 검증 작업을 “공격”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 편중 인선에 대한 지적에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도배하지 않았느냐”(6월9일)고 반응했고,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시점에는 “민주당 정부 때는 (전 정부 수사를) 안 했느냐”(6월18일)고 되물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지난 4일 “도덕성 면에서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될 수가 없다”며 자신이 지명한 후보자들을 감쌌던 윤 대통령이 이튿날에도 전 정부를 공격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대선 과정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쏟아냈던 ‘문재인 때리기’ 행태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직에 익숙지 않아 생기는 일로 보이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이 국민 의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정책 조정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선 ‘통합의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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