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딸이 최소 3차례 미국 체류 경험이 있는데도 한국 풀브라이트 대학원 장학 프로그램에 선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풀브라이트 장학생 선발을 담당하는 한미교육위원단은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학술 교류를 통해 한미 간 교류와 이해를 증진하는 데에 있기 때문에 미국 경험이 적은 지원자, 해외 경험이 적은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내용을 누리집(홈페이지)에 밝히고 있어 김 후보자의 딸이 특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진다.
앞서 김 후보자는 2012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을 맡았고, 그의 딸 김아무개씨는 2014년부터 2년 간 코넬대 석사과정을 이수하면서 약 1억원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한겨레> 취재와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장관 후보자 쪽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의 딸은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를 다니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04년 7월 미국의 한 중학교로 편입을 한다. 그리고 1년 뒤 2005년 7월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로 다시 편입을 한 뒤 이듬해 졸업했다. 1년 동안 미국 중학교에 다닌 셈이다.
딸이 미국 중학교를 다녔던 2004~2005년에는 김 후보자와 배우자 이아무개씨 역시 미국에 머물렀다. 이씨도 풀브라이트의 지원을 받아 2004~2005년께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교환교수를 지냈다. 당시 그는 숭실대 음악원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 시기 김 후보자는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초빙교수로 이씨와 함께 미국에 머물렀다. 김 후보자가 초빙교수를 지냈던 기간은 2004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인데 이때 김 후보자의 딸이 미국 중학교를 다녔던 것이다.
김 후보자의 딸은 2012년에도 미국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2013년 3월 재산공개에서 김 후보자는 2012년 예금 변동이 생긴 이유에 대해 “자녀 미국 유학 교육 비용”이라고 적었다. 2013년 1월 한 귀국 이사 전문 누리집에는 김 후보자의 딸과 같은 이름의 유학생이 뉴욕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예약을 한 기록이 나온다.
김 후보자의 딸은 취학 전에도 미국에 체류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1996년 1월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계절학기 강의를 맡으며 미국으로 간 이후 같은 해 3월부터 1997년 2월까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초빙교수로 1년여간 미국에 머물렀다. 이때 배우자와 딸, 아들이 모두 미국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딸 김아무개씨는 6살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이었다.
이처럼 미국 체류 경험이 많은 지원자는 풀브라이트 장학금 대상자에 선정되기 어렵다. 한미교육위원단은 누리집 ‘장학 프로그램 FAQ’을 보면,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학술 교류를 통해 한미 간 교류와 이해를 증진하는 데에 있기 때문에 미국 경험이 적은 지원자, 해외 경험이 적은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명시돼 있다. 딸 김씨는 세 차례나 미국에 체류한 것으로 추정돼 선호 지원자가 아닌 데도 한해 20∼30명, 각 분야에서 1∼2명을 선발하는 장학 프로그램에 합격한 것이다.
풀브라이트 장학금 지원 서류에는 10년간의 출입국 사실증명서, 5년간의 미국 출입국 자료를 제출하게 돼 있다. 이 후보자의 딸은 2013년 지원해 장학생으로 선발됐는데, 당시 풀브라이트 장학생을 선발하는 한미교육위원단은 김 후보장의 딸이 2004~2005년 사이 미국에 체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한미교육위원단 쪽에 ‘김 후보자의 딸이 미국 체류 경험이 있는데도 선발된 이유’를 묻자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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