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풀브라이트 장학금 심사에 풀브라이트 동문 교수와 장학금을 관장하는 한미교육위원단 직원이 참여해온 사실이 21일 확인됐다.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딸이 1억원에 달하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지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장학금 선발은 주한 미 외교관이 전 과정을 감독”하며 “내부 관련자들은 평가에 참여하거나 일체 관여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풀브라이트 장학금 심사에는 한미교육위원단과 과거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던 동문 교수들이 참여했다. 과거 풀브라이트 서류·면접 심사 과정를 모두 거친 한 장학생은 <한겨레>에 “과거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던 교수 3∼4명에게서 면접을 봤다. 한미교육위원단에서 그 교수들을 섭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미교육위원단 직원도 한 명 들어간다”고 전했다. 이 장학생은 “미국 유학을 가기 전까지 행정은 한미교육위원단에서 처리하고 미 대사관은 보고만 받아 학생들 입장에선 (한미교육위원단이) 권력을 가진 조직으로 느꼈다”고도 강조했다. 전날 교육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장학생 선발은 미국 대사관에서 정한 주한 미 외교관이 전 과정을 감독하며 내부 관련자들은 평가에 참여하거나 일체 관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일축했지만, 실제 심사과정은 그렇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풀브라이트 면접 후기를 나누는 한 홈페이지에도 ‘내부 관련자’가 참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2014년 면접을 봤다는 글 작성자는 “한국 교수님 3분이랑 (한미교육)위원단 관계자분 2분이 계셨다”고 적었고, “풀브라이트 단장님은 중간에 한 개 정도 질문하셨다”는 답변이 달렸다. 2018년 올라온 합격 후기에도 “면접장에 들어가니 한국인 4분(아마도 교수님 3분, 한미교육위원단 심재옥 단장님)과 서기 역할을 하는 외국인 1분이 있었다”고 나와 있다. 한미교육위원단의 심재옥 단장은 연세대 동문 인터뷰에서 “학생이 우수해서 선발하려고 해도 제출된 추천서가 너무도 성의 없는 내용이어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가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당시 김 후보자가 맡고 있던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는 한미교육위원단의 운영에 개입했다. 동문회 홈페이지를 보면,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을 선발하는) 한미교육위원단의 운영에 있어 동문회가 힘을 더할 수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돼 있다.
김 후보자는 딸이 장학생으로 선발되던 시점인 2012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동문회장을 지냈다. 또 심재옥 단장은 김 후보자와 교육개혁 심포지엄을 개최하거나 ‘풀브라이트 동문인의 날’ 행사를 함께 여는 등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딸 역시 2016년 석사 논문에 “풀브라이트 장학을 받게 해 준 심재옥 단장에게 특히 감사하다”고 적었다.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한겨레>의 질의에 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 관계자는 “한미교육위원단 쪽에서 내부 관련자들이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심사에 참여하는 교수 명단을 확인해드릴 순 없다”고 답했다. 한미교육위원단 관계자는 “관련해서는 일절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동용 의원실은 “후보자의 해명이 결과적으로 거짓이라면 후보자는 교육부 장관으로의 자격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