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편입·병역면제 관련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그가 보건복지 분야 수장으로서 전문성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총지출 규모는 97조4767억원으로 국가 예산의 16%를 차지한다. 기초생활보장과 취약계층지원, 공적연금과 사회복지 일반, 아동·보육과 노인 등 사회복지 예산이 80조6484억원으로 복지부 예산의 82.7%를 차지한다. 보건의료와 건강보험 등 보건 예산은 17.3%(16조8283억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평등·양극화가 심해져 저소득층과 노인 빈곤 문제, 간병 돌봄과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의사 출신인 정 후보자가 복지 분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국립의료기관 근무 경험이 있는 원로 의료인은 “정 후보자가 이제부터 공부하겠다고 하니 사람들과 소통도 잘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하면서도 “삶의 조건들이 망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인프라와 체계를 다뤄야 하는 자리이니 의료만 갖고 될 일은 아니다. 굉장히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아 성공회대 연구교수(사회복지학)는 “복지 정책을 두고 중앙 정부보다 지방 정부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보건복지 인프라와 관련한 주체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갈등 조정 능력이 필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폭넓은 시야를 가진 복지 분야 전문가가 장관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은 여전히 정 후보자를 두둔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전날 정 후보자 추천 이유에 대해 “복지부는 엄청난 기득권들이 자리한 부서인데 이를 바꾸려면 쇄신의 의지가 강한 분이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가 가장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많다고 봤다. (정 후보자가) 보건복지부를 그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보고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복지부 기득권을 타파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발탁했다는 논리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증이랄 것도 없는 ‘하루 검증’으로 팬데믹 시대의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윤석열 당선자의 ‘40년 지기’ 친구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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