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의대 편입 때 ‘블라인드 면접’을 봤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자기기술서에 부모나 친인척 등의 신상을 쓰지 않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북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 후보자의 자녀가 면접을 본 2017~2018학년도 의과대학 학사편입학 대면 평가(구술고사·면접고사)는 수험생의 얼굴, 이름, 수험번호가 공개된 채 치러졌다. 경북대 본부 관계자는 “지금은 수험표와 이름을 관리번호 형태로 대체해 대면 면접을 하지만 그 당시에는 면접관이 고사실에 들어갔을 때 평가자료와 함께 수험표와 이름이 제공됐다”며 “다만 당시 모집요강에 자기기술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성명, 직업 등을 유추할 수 있는 개인정보나 공정한 평가를 저해하는 내용을 적으면 서류전형에서 0점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호영 후보자도 이런 넓은 의미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말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북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면접관 배정도 무작위로 이뤄져 특정 수험생에게 특혜를 줄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의과대학 학사편입학 대면 평가 면접관은 면접 당일 아침 정해진다. 면접관 36명은 12명씩 3조로 나누어 4개 고사실(구술고사 3·면접고사 1)로 들어간다.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ㄱ교수는 “내가 면접관인지 아닌지 당일 아침에 알게 된다. 내 기억에 소쿠리에 들어있는 종이를 뽑아서 조를 정했다. 면접 문제도 당일에 설명 듣는다. 투명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ㄴ교수는 “면접날 아침에 면접관 교수들이 모여서 1∼3번이 적힌 공을 뽑아서 조를 배정해 들어갔다. 정 후보자 자녀가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도 어느 조에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계획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면접을 치를 때, 한 면접관이 특정 학생을 만날 가능성은 33.3%다. 정 후보자의 자녀를 미리 알고 고사장에서 우연히 만났다면 점수를 높게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ㄴ교수는 “답이 정해져 있어서 엉터리 답을 하는데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는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거의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논란이 생겨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와 친분이 있고 자녀의 이름을 알 거나 함께 만난 적이 있다면 이같은 평가 방식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한다. <한겨레> 취재 결과 2017~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 시험 당시 정 후보자와 함께 논문을 쓴 적이 있는 공저 교수 4명이 두 자녀의 평가위원으로 6차례 참가해 이 중 5차례 최고점을 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한겨레>는 18일부터 정 후보 자녀 편입 평가를 맡았던 공저자 4명에게 계속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이날 “(자녀 편입 특혜 의혹에 대해)단 한 건도 불법이거나 도덕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 교육부 감사를 적극 환영하며 한시라도 빨리 조사가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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