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코로나19 정책 대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대신 먹는 치료제로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방향을 앞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조가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을 준비하는 절차이지만, 변이 출현에 따른 재확산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방역 조처를 병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안철수 인수위원장 겸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일 “코로나비상특위는 이후에도 치료제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새 정부 출범 후에는 별도 추진 기구를 가동해 이번 가을·겨울 재유행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앞으로 2주간 감소세가 유지되고 위중증 환자와 의료 체계가 안정적인 수준을 보인다면 이후에는 전면적으로 거리두기를 조정하겠다”며 “최종적으로 실내 마스크 정도를 제외하고 영업시간, 사적 모임, 대규모 행사 등 모든 방역규제를 해제하고 일상에 가까운 체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하면, 앞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 제한 등 거리두기는 모두 해제하면서 먹는 치료제를 통해 고위험군의 중증화나 사망 발생을 최소화하겠다는 기조로 나아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먹는 치료제 120만4000명분을 계약하고, 요양병원·시설 등에서 먹는 치료제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전국 258개 보건소에 치료제를 선공급하는 등 추가 확보와 신속 처방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먹는 치료제 처방에 방점이 찍힐 경우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말기 암 환자나 기저질환자, 와상으로 오래 누워 계셔서 컨디션이 나빴던 분들은 잘 못 버티는 것 같다”며 “바이러스 자체가 경증으로 진행된다면 (거리두기 완화)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만 병원을 운영하고 환자를 관리하는 입장에선 마스크 쓰기나 거리두기 등은 해야 할 것 같다.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용형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회장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직후 돌아가시는 분보다 격리 기간이 끝나고 1주 뒤에 (기저질환 악화 등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2∼3배 정도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정 정도의 거리두기를 유지해 확산세를 조금이라도 진정시키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 증가로 사적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 등 거리두기를 통한 확진자 감소 효과를 10∼20%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지역사회 내 감염이 감염 취약시설과 고령층 감염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10∼20% 수준이라도 확진자 수를 줄이는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얘기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확진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같이 있어야 한다. 고위험군만 관리하는 방법으로 사망자를 줄이기는 너무 어렵다”며 “전체적인 유행 규모가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도 “거리두기를 안 하고 대응해서 (유행 상황이) 넘어가기를 원하겠지만 항상 시나리오대로만 가는 건 아니다”라며 “최우선할 수는 없겠지만 필요하면 거리두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오미크론 변이 유행 뒤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 정부는 ‘거리두기 강화나 혹은 해제’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유행 양상에 따라 정부가 어느 정도로 개입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고 주기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질병의 위험을 분석해서 어느 수준까지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고 어느 수준까지 (거리두기와 같은) 비약물적 중재로 개입할 것인가 정해야 한다”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 개입 수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이 감시 등 코로나19 정보를 제공해온 영국과 덴마크 등이 검사를 줄이고 있는 추세여서 자체 연구 역량을 키우는 일도 다음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엄중식 교수는 “질병관리청과 같은 조직이 훨씬 커지고 예산도 많아져야 한다”며 “지금 정도의 질병청이나 국립보건연구원 규모로는 (감염병 유행 상황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