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으로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이 10명,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이 자정까지 완화된 지난 4일 밤 서울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을 찾은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020년 5월3일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단계적으로 완화되면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는 방안까지 검토되면서 이제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가 끝나면 매출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사실상 마지막 거리두기인 ‘10인 모임, 12시 영업’이 시작된 지난 4일 전국의 밤거리는 활기에 넘쳤다.
네이버와 두산그룹 본사 등 대기업이 몰려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일대는 30~40대 직장인들로 붐볐다. 지난겨울까지만 해도 썰렁함이 감돌았던 식당과 주점은 인근 인도까지 웃음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지난주까지 ‘낮술 환영’이란 안내판까지 내걸었던 한 주점은 이날 이 안내판을 떼어냈다. 주인 정아무개씨는 “지금까지 초저녁 손님이 많아 그런 간판까지 내걸었지만, 이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회사원 박아무개씨도 “이제 시계를 보며 밥 먹고 술을 마시는 풍경은 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애초 밤 9시면 문을 닫아온 인근 중국음식점이나 일반음식점 주인들도 “영업시간 완화는 별 영향은 없었지만, 모임 인원수가 늘어나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인근 고깃집 주인 오아무개씨는 “(거리두기가 완화된 첫날인) 오늘은 분위기가 다르다. 모두 바라는 대로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되면 코로나19 이전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바삐 움직였다.
지방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강원도 춘천 온의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54)씨는 “보통 2~3차로 가게를 찾는 사람이 많았기에 영업시간 제한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나마 거리두기가 자정까지 연장돼 코로나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매출과 손님이 조금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도시락 배달업으로 전환했던 광주시 동구의 한식당 ‘계절따라’는 8일 다시 열 계획이다. 가게 주인 오정선씨는 이날 옛 단골들에게 “이제는 좀 나아지려나 하는 시간이 벌써 2년을 넘깁니다. 봄을 맞아 지금까지 못한 영업을 새로 시작하려고 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씨는 “반찬 가짓수가 많고 비싼 정식 대신 단품 위주로 차림표를 바꿔 영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조속한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중구 일식집 점장 윤아무개씨는 “10명 이상 모임 예약이 들어오고 있다. 시민 사이에 코로나 공포심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이제는 시민들이 먼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만큼 빨리 인원제한을 없애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해물요리 가게를 운영해온 장아무개(39)씨는 “거리두기 규제가 조금씩 풀리면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2주 뒤에는 제한을 완전히 해제했으면 좋겠다”며 “코로나 시국에 살아남으려고 정부 금융지원을 포함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원리금 상환도 미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1일 벚꽃이 활짝 핀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인근 모습.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국내 최대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가 열리지 않았지만, 벚꽃을 보려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창원시 제공
봄이 일찍 찾아온 남녘은 상춘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해마다 3월 말~4월 초면 관광객 300만명을 불러모았던 국내 최대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는 2020년부터 3년째 개최되지 못했지만, 이날 벚꽃길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창원시는 2020년에는 차량과 관광객 출입을 전면 통제했지만, 지난해부터 관광객 출입은 막지 않고 있다.
공종배 창원시 관광과 주무관은 “지난해 벚꽃 만개기인 3월27일~4월2일 (대표적인 벚꽃길인) 여좌천과 경화역 방문객 수가 8만명가량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토요일이었던 지난 2일 하루 9만여명이 찾았고, 3일에도 8만여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전남의 대표적인 벛꽃 명소인 영암군 왕인박사유적지에도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암군은 2020~2021년 왕인박사유적지를 폐쇄했지만 올해는 무료 개방했다. 영암군은 벚꽃이 피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현재까지 20만명이 찾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 유명 벚꽃길도 3년 만에 전면 개방된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영등포구 여의도 벚꽃길은 오는 9일부터 17일까지, 송파구 석촌호수 벚꽃길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열린다. 서초구도 지난달 30일부터 양재천 등 주요 하천 벚꽃길(오는 15일까지)을 개방했다.
정부는 4일부터 2주 동안 거리두기 기준을 완화해 식당과 카페 등이 ‘사적 모임 10명 이내, 자정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2주 동안 유행 규모와 의료 수급 상황 등이 안정됐다고 판단되면 실내 마스크 착용 등 핵심 방역수칙을 제외한 모든 거리두기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김기성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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