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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청와대 회동 ‘임시봉합’했지만…‘이-장 라인’ 인사협의 불씨는 여전

등록 2022-03-29 18:40수정 2022-03-30 02:31

문 대통령 - 윤 당선자 회동, 그 이후
신구 권력 충돌 한고비 넘긴 모양새
추경·인사 등 실무협의 신경전 우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만찬 회동으로 권력 이양을 앞두고 고조됐던 ‘신-구 권력’ 갈등은 한고비를 넘긴 모양새다. 회동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지만 구체적인 합의로 이어지진 않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선 ‘임시봉합’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윤 당선자가 그동안 요구했던 코로나19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추경), 임기 말 인사권 협의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면서 핵심쟁점을 놓고 신경전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판 깔린 추경…오롯이 윤석열 당선자 책임으로

윤 당선자 쪽은 ‘추경 편성에 문 대통령도 공감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 지원을 위해 추경을 이뤄내고 협력해나가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루신 것이라고 자평한다”며 “조속한 시일 안에 여야 간, 실무자 간 협의가 구체적으로 착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협조의 방식을 여야가 추경에 합의하면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모양새로 상정하고 있다. 윤 당선자가 취임 전 추경을 추진하려면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재원 마련 방식부터 인수위와 민주당의 구상이 엇갈린다. 인수위는 지출 구조조정을 제안하지만 민주당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안 마련에 윤 당선자의 책임이 더욱 커진 만큼 민주당은 “인수위는 하루빨리 추경안을 제시해야 한다”(박홍근 원내대표)며 압박하고 있다. 윤 당선자와 인수위가 실현 가능한 재원 조달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지도부는 <한겨레>에 “지출 구조조정에만 얽매이면 50조원의 재원 마련은 할 수가 없다”며 “결국은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끌어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추경안 편성에 대비하고 있지만 서두르지는 않는 모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러 차례 “현 정부 임기 안에 추경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데다 지난해 국회 심의까지 거친 예산을 제 손으로 손쉽게 깎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 실무부서에서도 그동안 진행했던 일을 뒤집으려면 새로운 과장을 인사를 낸 뒤에 진행한다”며 “올해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를 삭감하는 것은 난감하다”고 말했다. 결국 기재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예산은 살펴보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구체적인 추경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이철희-장제원 라인’ 인사협의 잘 될까

양쪽 갈등의 핵심이었던 인사 협의 문제는 앞으로의 논의 과정을 통해 이견을 좁혀야 하는 숙제로 남았다. 양쪽의 소통 채널인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의 샅바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총재에 이창용 후보자가 지명됐고, 감사위원 임명 또한 감사원 쪽의 “당선자 협의 뒤 임명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오면서 당선자 쪽은 일단락됐다고 보는 분위기다. 중앙선거관리위원 인선, 공공기관 인사권 논란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선 직후 청와대가 알박기 인사 의혹이 제기됐지만, 어제 (대통령-당선자) 회동이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고 “새 정권의 국정 운영이 공백없이 출발과 함께 안정적 업무에 착수할 수 있도록 원활한 정권 이양이 되길 바란다”며 기 싸움을 이어갔다.

청와대 쪽도 감사위원 인선을 두고 “인사권은 임기가 남아있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이 제청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임명이 불가능한 구조지만 당선자 쪽과 협의하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공석으로 남아있는 퇴임한 감사위원 두 자리가 감사원 내부 1명, 외부 1명이었던 만큼 이런 방식으로 양쪽이 협의해 인선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MB 사면’ 이대로 가라앉을까

전날 회동 때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으면서, 문 대통령 임기 말 사면권 행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당선자 쪽에선 지난 16일 첫 회동이 무산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윤 당선자는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김은혜 대변인)며 문 대통령에게 ‘엠비 사면’을 압박했지만 만찬회동에서는 이를 거론하지 않았다. 윤 당선자의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동시 사면설’을 제기하면서 여론이 나빠진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면은 조율할 문제가 아니고 대통령의 결단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필요성 있으면 사면하고 저희들이 집권하면 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볼 때 밀실에서 사면 이야기를 하는 것밖에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 ‘엠비 사면’을 압박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윤 당선자를 둘러싼 ‘친이(명박)계’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새 정부 출범 전 엠비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듭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날 <한겨레>에 “이미 윤 당선자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원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며 “확답을 들을 것도 아니고 문 대통령이 이제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사면 결단을 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면밀히 살펴 협조”…윤 당선자, 취임 전 ‘용산’ 들어갈 수 있나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이완 기자 wani@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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