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친 뒤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자와의 회동에서 집무실 이전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윤 당선자가 취임과 동시에 ‘용산 집무실’에서 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 당선자 쪽에서 정확한 집무실 이전 계획을 세우고 현 정부가 이를 면밀하게 검토한 뒤 예산을 배정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윤 당선자와의 만찬 회동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며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는 지난 21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결론보다는 한 발 나아간 것이다. 안보 불안을 이유로 ‘내 임기 안에는 안 된다’는 제동에서 조건부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정확한 이전 계획 마련’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한반도 상황이 엄중한 만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와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의 연쇄이동을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확하게 이전 계획을 세우라는 말이 있지 않냐. 안보공백 우려를 해소해달라는 취지”라며 “기존 입장과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쪽은 윤 당선자가 취임 뒤 통의동 집무 비용 등은 예비비로 집행할 수 있지만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 이전으로 인한 안보 우려는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와 윤 당선자 쪽이 집무실 이전을 위한 실무협의에 착수하면 이런 ‘전제조건’에 대한 해석에 따라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윤 당선자가 요구했던 집무실 이전 비용 496억원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집무실 이전 비용을 포함한 예비비가 책정되더라도 윤 당선자 취임 전에 용산 집무실이 완비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인수위가 5월10일까지 집무실 이전을 위해 작업 개시일로 잡았던 시점은 지난주였다. 인수위 내부적으로는 통의동 집무실 임시사용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비하는 분위기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 대통령이 협조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현재 국방부 청사에서) 이 부대는 어느 층으로 옮기고 그런 세밀한 레이아웃이 나올 거 아니냐”며 “그러면 예산이 나오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무실 이전이 취임일(5월10일)을 넘기냐’는 질문에 “실무자가 아니어서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 좀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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