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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의 딜레마…황교안 출마 놓고 예고된 ‘분열국면’

등록 2019-01-29 10:02수정 2019-01-29 20:52

정치BAR_김미나의 정치적 참견시점

이례적인 기자회견 “출마 안 했으면”
“선관위서 편파적 얘기 나와 논란 심화”

비대위원 “당헌·당규 모두에게 예외없어야” 주장
의원들 “보수 통합 여망에 안 맞아” 반박

한선교 ‘당헌·당규 유권해석’에 의원들 박수
다시 칼자루는 김병준 이끄는 비대위에
2018년 10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만나 입당을 권유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 진영의 외연 확대를 위해” 황 전 총리가 입당해줬으면 한다고 권했다고 한다. 3개월 남짓 지난 2019년 1월15일, 황 전 총리는 대대적인 입당식을 열고 ‘정치신인’으로서 첫발을 뗐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 행사에 참석해 황 전 총리의 입당 원서를 받고, 미소 지으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후, ‘삼고초려’ 해 ‘모셔온’ 황 전 총리에 대한 김 비대위원장의 ‘예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무엇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던’ 걸까.

황교안 전 총리가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입당식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황교안 전 총리가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입당식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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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기자간담회…“출마하지 않았으면”

지난 24일 김 비대위원장은 갑작스레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황 전 총리가 입당한 지 9일째던 이날, 김 비대위원장은 황 전 총리를 거론하며 “당의 분란, 어려움, 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분들이나 책임이 있는 분들, 혹은 당에 한 기여가 확실하지 않은 분들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했다. 당시 김 비대위원장은 이런 이유를 댔다.

“친박 프레임, 탄핵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당 기여 낮다는 점 때문입니다. 당내 통합에 반대되는 것은 물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주의, 보수정치 통합에 걸림돌이 될 겁니다. 계파 정치가 살아날 가능성도 큽니다. 이런 프레임은 2020년 선거를 공세가 아닌 수세로 치르게 할 가능성도 큽니다. 여당의 실정을 공격하기 전에 상대가 이쪽을 공격할 프레임이 될 것입니다. 선거 결과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정부와 여당이 실정을 거듭해도 수도권에서 원하는 결과를 못 얻을 가능성 크다는 점, 당 기여가 없었다는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야권 대선주자 1순위로 꼽혔던 황 전 총리가 입당 후 ‘당원’으로 활동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연이은 ‘날 선 발언’이 눈에 띄는 이유다. 분명 그날 기자회견은 이례적이었다. ‘보수 통합의 걸림돌’ ‘당 기여도’ 등을 운운하면서 황 전 총리를 ‘저격한’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본인도 당내에서 역할을 고민하던 중 사심이 생긴 것 아니겠나”라며 “본인은 이미 안 나가겠다고 마음을 정한 상태에서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당이 재편되는 것을 보고 목소리를 내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김 비대위원장의 당대표 출마 가능성이 불거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당대표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오랫동안 출마를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동안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동안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또 다른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은 여러 유력인사를 당에 영입해 한국당의 외연을 넓히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며 “막상 황 전 총리가 들어온 뒤 오히려 계파 갈등이 불거지려는 모습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김 비대위원장이 황 전 총리를 만나 입당을 권유했을 때쯤엔,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입당도 함께 독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퍼졌다.

28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는 ‘살얼음판’이었다. 황 전 총리의 출마를 두고 외부 위원들과 원내 의원들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표출됐다. 최병길·정현호 비대위원이 작심하고 “당헌·당규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황 전 총리의 출마를 막으려 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비대위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비대위원 발언을 듣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중재하려던 김 비대위원장은 마지막에 다시 말을 보탰다.

“헌법적 가치 지키라고 정부에 요구하면서 그걸(당헌·당규) 지키자는 것을 ‘형식적으로 치부하는 것’은 비대위원장으로 용납 못 합니다. 법리를 관용적으로, 혹은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논쟁할 일은 아닙니다. (중략)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문제를 주시하고 접근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편파적인 얘기가 먼저 나와 논란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신중을 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일부 후보자로부터 강력 항의가 있기에 전하는 겁니다.”

이후 기자들과의 백브리핑에서 “황 전 총리가 입당할 때 책임당원 문제(당대표 출마 가능 여부)는 몰랐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김 비대위원장은 “입당을 권유한 건 10월이고, 몇달 지나서 입당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전당대회 이야기는 일체 없었다”고 못 박았다. 이미 “불출마를 권유한 일 때문에 위원장 입장이 ‘칼자루’를 쥔 모습”이라는 이야기에는 “비대위원장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당 화합을 위해, 통합을 위해 ‘그랬으면 좋겠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법리 해석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전국위원회 겸 전당대회 의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실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선교 자유한국당 전국위원회 겸 전당대회 의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실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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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자격 인정해도, 안 해도 예고된 분열국면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한선교 전국위원회 겸 전당대회 의장은 ‘당대표 출마 자격에 관한 당헌·당규 유권해석’ 결과를 내놓으며 “현재 자격 논란의 대상인 황교안·오세훈 후보의 자격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당규 제9조 피선거권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후보등록 신청일 현재 당원인 자는 피선거권이 있다’고 규정돼 있다고 근거를 댔다.

한선교 의원은 이어 “상임전국위에서 위원들이 (의장인 내 의견을) 반대하면 효력은 없다. 다만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자격에 대한 시비 논란이 조기에 수습돼 국민의 기대에 걸맞게 빨리 비전과 희망을 주는 전당대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의 발언 뒤 곳곳에선 박수가 나왔다. 이후 의원총회에서 이런 기조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한 의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총리의 입당 후 한국당 원내 의원들의 기류는 초·재선 친박계를 중심으로, 황 전 총리 쪽으로 빠르게 뭉치는 분위기다. 게다가 선거관리위원회도 황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한겨레>에 “(황 전 총리의 출마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으며, 공당은 어떻게든 좋은 사람을 넣는 것이 역할”이라고 말했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출마 자격은 29일 선관위의 후보 자격 유권해석 결과를 토대로 비상대책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선관위가 황 전 총리의 출마 자격이 있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지은 가운데, 결국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출마 자격을 인정하면 비대위원들의 반발을, 인정하지 않으면 의원들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는 오는 31일 개최된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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