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동안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당 대표 출마 자격 논란이 자유한국당 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28일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바라보는 외부 위원들과 원내 의원들 간의 입장차가 표출되는 등 내부 ‘불협화음’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외부 위원인 최병길 비대위원은 이날 회의 공개 발언 때 “한국당은 역사 흐름에서 벗어나려 한다”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당헌·당규 규정은 모든 당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고 누구도 예외적으로 해석, 적용돼서는 안된다”고 했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은 당헌·당규상 아직 책임당원 신분을 가지지 못해, 당대표 선거 피선거권이 없다. 이에 대해 당헌·당규상 예외 규정에 따라 출마할 수 있다는 입장과, 안된다는 입장이 한국당 내부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 위원은 예외를 두면 안 되기에 황 전 총리의 출마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어 정현호 비대위원도 최 위원의 주장을 거들었다. 정 위원은 “당원명부가 폐쇄된 상태에서 예외를 둬선 안 된다”며 “비상사태인 한국당이 어떤 원칙과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인지 궁금하다. 기성 정치인이나 유력자,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헌·당규가 왜 이리 관대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특정인에게 예외를 적용하면 출발 자체가 불공정한 선거”라고 일침을 날렸다. 정 위원은 황 전 총리뿐만 아니라 오 전 시장도 출마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당원명부는 지난 22일 폐쇄됐는데 이때까지 책임당원으로 승격될 ‘당비 3개월간 납부’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을 걸고넘어지면, 오 전 시장도 출마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회의 테이블에 앉아있던 의원들은 언짢은 심기를 숨기지 못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의사 진행 발언을 신청해 “이런 얘기들은 비공개 때 하자”고 가라앉히려 했지만, 비대위 소속인 박덕흠 의원이 발언을 이어갔다. 박 의원은 “당대표의 권한을 가지고 비대위에서 논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비대위원들이 신중하게 했으면 한다”고 했다. 옆에 앉아있던 김석기 의원도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의결해준 대로 박관용이 맡고 있고, 7명의 위원은 대부분 법조인 출신으로 명망 있는 분들”이라며 “논란이 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선관위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원들의 발언을 반박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이 문제는 그만하시라”고 말을 끊었지만, 이만희 의원이 마이크를 켰다. 그는 “최근 당대표나 최고위원 출마 자격에 대해 논쟁이 있는 것은 보수와 보수 통합·화합을 원하는 여망에는 맞지 않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누구든지 출마해 침체에 빠진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막아주기를 많은 국민이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황 전 총리나 오 전 시장이나 모두 당대표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김 위원장은 다시 “그만하라”면서 회의를 다른 주제로 넘겼다.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의 연구 결과 발표가 끝난 뒤 정현호 비대위원이 “아까 의견을 마무리를 못 했다”고 말했지만, 김 위원장은 “비공개 때 얘기하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당헌·당규 관련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당헌·당규 문제는 서로 말을 아끼는 게 맞는다”면서 “당헌·당규를 가볍게 여기고 형식주의 논리로 치부하는 것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 “관용적·보수적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 선관위나 유권 해석 권한을 가진 상임 전국위원회, 비대위가 여러모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에서 먼저 편파적인 얘기가 나와 현재 논란을 심화시켰다”며 “신중을 기해줬으면 한다. 일부 후보자의 강력한 항의가 있어 전한다. 말을 아끼자. 서로 조심하자”고 덧붙였다. 한국당 선관위는 29일 오전 회의를 열고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출마 자격을 논의한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