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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미 정상 다시 마주 앉으면 비핵화 큰 진전 기대”

등록 2018-09-26 03:59수정 2018-09-26 20:35

미 외교협회 등 싱크탱크 공동주최 연설
“트럼프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 나눠
센토사 합의·평양공동선언 조속한 이행 중요
북미 간 비핵화 논의도 다시 본격화될 것”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외교협회·코리아소사이어티·아시아 소사이어티 공동주최로 미국외교협회(CFR)에서 열린 ‘위대한 동맹으로 평화를’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외교협회·코리아소사이어티·아시아 소사이어티 공동주최로 미국외교협회(CFR)에서 열린 ‘위대한 동맹으로 평화를’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센토사 합의,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의 조속한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중단되었던 북미 간 비핵화 논의도 다시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코리아소사이어티·아시아소사이어티 회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힌 뒤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 앉으면 비핵화의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의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미국 내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키는 데에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추구하는 종전선언은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정치적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는 사실이 아니다. 주한미군의 주둔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 무관하게 한미동맹이 결정할 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문 대통령 연설 전문이다.

존경하는 리차드 하스(Richard Haass) 회장님, 토마스 허바드(Thomas Hubbard) 이사장님, 조셋 쉬란(Josette Sheeran) 회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국제관계 분야의 대표적인 세 기관이 공동으로 간담회를 열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 기관은 미국과 아시아, 한국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에 대해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아시아, 한국 전문가들과 함께,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공유하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말씀드릴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습니다.

내가 유엔 총회에 처음 참석한 작년 이맘 때,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습니다.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유엔 안보리는 역대 최고수준의 대북 제재안을 결의했습니다. 전쟁의 먹구름이 한반도를 뒤덮었습니다.

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북한과 국제사회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호소했습니다. 북한에게는 핵을 포기하고 평화의 길로 나오라고 촉구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의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지와 동참을 요청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많은 이들이 실현 가능성을 믿지 않았습니다. 공허한 이야기로 들렸을지 모릅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평화의 서막은 올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이었습니다. 북한은 대표단과 선수단을 평창에 보냈습니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6월에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졌습니다. 70년의 적대관계 속에서 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미국과 북한 지도자 간 상호 신뢰와 존중이 만들어낸 위대한 결단이었습니다. 북한은 핵 실험장을 폐기했으며, 미군 유해를 송환하고, 9.9절 열병식에서 중·장거리 미사일을 동원하지 않는 성의를 보여주었습니다.

지난주 나는 평양에 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김위원장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직접 발표했고, 가능한 빠른 시기에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북한은 작년 11월 이후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 실험장도 폐기했습니다.

이번에 북한은 비핵화의 빠른 진전을 위해 우선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확약했습니다.

또한 북미정상회담의 합의정신에 따라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음을 천명했습니다.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김 위원장은 조속한 비핵화를 위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과 2차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남과 북 사이에도 긴장 완화와 교류 협력이 실천되고 있습니다. 2주 전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한의 개성에 개설되었습니다. 남북 간에 24시간 365일 대화할 수 있는 공식 창구가 생겼습니다.

8월에는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습니다. 평창올림픽에 이어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부 종목에서 남북단일팀이 출전해,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는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군사분야 합의입니다. 남북은 한반도 전체에서 서로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전쟁의 위험을 상당 부분 제거한 실질적 종전조치입니다. 비무장지대와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하여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전쟁 없는 한반도’ 실현에 성큼 다가선 것입니다.

남북이 추구하는 종전선언은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는 사실이 아닙니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정치적 선언이므로,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정전체제가 유지됩니다. 주한미군의 주둔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 무관하게 한미동맹이 결정할 문제일 뿐입니다. 이러한 종전선언의 개념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쟁의 공포에 불안해하던 남과 북, 주변국들에게는 꿈만 같은 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과 중국, 일본,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일관된 지지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제,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이 모든 문제를 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센토사 합의’와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의 조속한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서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중단되었던 미북 간 비핵화 논의도 다시 본격화될 것입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조치에 화답했습니다.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했습니다.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 앉으면 비핵화의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여러분, 한반도 평화의 가장 든든한 초석은 한미동맹입니다.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은 70여 년 동안 더욱 굳건해지고, 확장되었습니다.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반세기만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루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최근에 평택으로 이전한 주한미군 사령부 캠프 험프리스는 한미동맹의 상징입니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5배 규모입니다. 해외 미군기지 중 최대 규모이며 최상의 시설을 자랑합니다. 육해공 통합기지이자 작전 허브로써 최상의 운용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저와 함께 캠프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도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군사동맹에서 시작한 한미동맹은 이제 경제동맹을 넘어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한미 FTA는 양국간 교류와 경제협력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세계 1위와 11위 경제대국간 FTA는 굳건한 동맹의 결과물이며, 세계 자유무역의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대의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미국은 동아시아의 교두보를 얻었습니다.

어제 양국간 FTA 개정 협정에 서명을 했습니다. FTA 개정으로 양국 국민들이 상호 호혜적 교역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국과 한국은 테러리즘, 극단적 폭력주의, 환경과 보건, 기아, 난민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도 함께 힘을 모아나갈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한미동맹은 단순한 동맹이 아니라 위대한 동맹”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영원할 것입니다. 전쟁에서 흘린 피로 맺어진 우리의 동맹은 반드시 전쟁을 끝내고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미 우리의 동맹은 위대합니다. 그러나 나는 한반도 평화 구축을 통해 우리의 동맹이 더 위대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반도의 평화는 역내 안보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의 동반 번영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남과 북은 본격적으로 경제협력을 추진할 것입니다. 남북경제공동체는 동북아시아 경제협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여건이 조성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것입니다. 서해경제특구와 동해관광특구 개발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성장기회가 될 것입니다.

나는 지난 8.15 경축사에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습니다.

작년에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슈퍼링 구상과 몽골 고비사막의 풍력, 태양광을 연계한 거대한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상도 제안했습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를 넘어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발전하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평화가 경제를 이끌고, 경제가 평화를 지키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참여는 동북아 발전을 가속화하고 지역의 안정화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제안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존경하는 국제관계 전문가 여러분, 남과 북의 국민은 서로 남이 아닙니다.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았고 같은 핏줄, 같은 역사, 같은 언어,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잠시 헤어진 형제와 같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겪고 이념적으로 대립했지만 우리가 하나라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를 함께 소망하고 있습니다.

남북 8천만 겨레의 간절한 마음과 국제사회의 지지가 오늘 한반도 평화의 기적을 만들고 있습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나아갈 것입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진정한 의지와 변함없는 신뢰를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여러분의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뉴욕/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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