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용기와 그가 취한 조처들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 때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 부르며 “(북한을) 완전히 파괴”를 언급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 연설 초반에 “트럼프 행정부는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대부분의 전임 정부보다도 많은 것을 이뤄냈다”면서 북한 관련 대목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여기 있는 많은 나라들의 지지 속에 충돌(conflict)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나는 싱가포르에 가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 우리는 매우 생산적인 대화와 만남을 가졌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은 두 나라 모두의 이익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만남 이후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아무도 상상할 수 없던 여러가지의 고무적인 조처들을 목격했다”며 북한의 미사일·핵 실험 중단, 군사 시설(미사일·핵실험장) 해체, 북한 억류 미국인 귀환, 한국전쟁 참전 미군 유해 송환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많은 일을 더 해야하지만, 김 위원장의 용기와 그가 취한 조처들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재는 비핵화가 일어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위대한 이 시점에 이르도록 우리를 도와준 여러 유엔 회원국들에게도 감사하고 싶다”며 “회원국들의 중요한 지지는 우리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1년 전 같은 장소에서 그가 했던 유엔총회 연설 때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 사이 북-미 관계의 급격한 반전을 반영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rocketman)”이라고 부르며 “자살임무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전세계에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다. 당시 그는 유엔 연설 뒤에도 김 위원장을 “미치광이(mad man)”, “리틀 로켓맨” 등의 표현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올해 연설에서는 “생큐 김정은”으로 정반대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설에 앞서서도 같은 날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여러분이 아는 이상으로 북한과 훨씬 잘 지낸다. 김 위원장과 많은 개인적인 서신 왕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핵 실험 중단 등을 언급하고,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것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세계를 위해 좋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2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만나려고 한다. 장소과 시기에 관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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