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26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 복귀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 주목
손학규 “승자독식 현행 선거제도 바꿔 정치개혁”
정동영 “이제 민주당만 의지를 가지면 가능하다”
김성태 “새 권력구조에 부합하는 선거제도 필요”
홍준표 “지역구도 완화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
이해찬 “권력구조 바꾸는 개헌과 연계해야 효과”
당내 민주화로 리더십 붕괴···의원들은 버티기
국회의원 숫자 늘려야 비례대표제 도입 가능
시민단체 “예산동결 전제 360명 증원” 제시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교섭단체 붕괴로 표류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 복귀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 주목
손학규 “승자독식 현행 선거제도 바꿔 정치개혁”
정동영 “이제 민주당만 의지를 가지면 가능하다”
김성태 “새 권력구조에 부합하는 선거제도 필요”
홍준표 “지역구도 완화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
이해찬 “권력구조 바꾸는 개헌과 연계해야 효과”
당내 민주화로 리더십 붕괴···의원들은 버티기
국회의원 숫자 늘려야 비례대표제 도입 가능
시민단체 “예산동결 전제 360명 증원” 제시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교섭단체 붕괴로 표류
인간에게는 온갖 욕망이 있습니다. 권력욕, 명예욕, 소유욕, 식욕, 성욕까지 다양합니다. 정치인은 이 가운데 특히 권력욕과 명예욕이 강한 편입니다. 권력욕과 명예욕은 정치인이 정치를 수행해 나가는 데 필요한 원초적인 힘이라고 봐야 합니다. ‘무욕의 정치’는 형용 모순입니다. “나는 욕심이 없다”는 정치인은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정치를 오래 했지만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은 마지막에 ‘역할론’을 들고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통령 권력은 쥘 수 없게 됐어도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은 것입니다. 역할론은 명예욕입니다. 역할론은 정치를 계속할 수 있는 명분도 제공합니다.
손학규 전 의원이 2일 바른미래당 대표 선출대회에서 새로운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민주평화당의 정동영 대표,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에 이어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착착 실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내년 1~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홍준표 전 대표가 출마해 당선되면 ‘올드보이 귀환’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 같습니다.
올드보이들이 정치 일선 복귀의 명분으로 내세운 역할론은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민생 현장으로 달려가 민주평화당을 살려내겠다는 명분으로 당선됐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정부 20년 집권 기반 구축을 명분으로 당선됐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가 대표 경선에 다시 출마한다면 아마도 ‘보수의 재건’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것입니다.
그러나 올드보이들의 귀환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올드보이들이 내세우는 역할론에는 대체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권력구조 개편,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하는 선거제도 개편입니다.
올드보이들이 ‘대화와 타협’, ‘통합’, ‘권력 분산’, ‘비례성과 대표성 보장’ 등의 가치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정략이나 이해타산 때문만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 구동존이(求同存異),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가치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요체임을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여야 출신을 막론하고 국회의장들은 누구나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개헌, 지역 갈등과 승자독식을 완화하는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했습니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계열의 김형오·정의화 국회의장, 민주당 계열의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 국회의장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자, 그렇다면 올드보이들의 귀환으로 올드보이들의 꿈인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 마침내 이뤄지는 것일까요? 먼저 정치 주체들의 말과 의지를 분석하고 현 정치 환경 하에서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 보겠습니다.
손학규 대표의 2일 대표 수락 연설 제목은 ‘제왕적 대통령제, 승자독식 양당체제를 바꾸겠습니다’였습니다.
이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선출됐으니 머지않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만날 것입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서는 당연히 민생 경제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입니다.
선거제도 개편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16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을 앉혀 놓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고무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바로 다음 날 <시사저널>과 이런 내용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소수정당을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편 요구는 지속돼 왔다. 문제는 거대 양당이 움직이지 않으면 쉽지 않은 문제다.
정동영 대표의 발언 가운데 두 가지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먼저 자유한국당의 태도 변화입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참패 뒤 7월2일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8월 8일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태도 변화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승자독식 선거제도로 치러진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입니다. 2020년 총선에서 이런 현상이 또다시 벌어지면 자유한국당은 100석에 훨씬 못 미치는 ‘티케이(대구·경북)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위험이 있습니다. 둘째, 지방선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요구한 개헌을 무산시킨 뒤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뒤늦게 개헌을 요구하면서 선거제도 개편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김성태 원내대표의 의견이 자유한국당 의원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2020년 총선은 자유한국당이 승리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유한국당에 유리하게 되어 있는 지역구 중심 소선거구제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입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2009년 자서전 <변방>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고 선거제도를 개편해서 우리 정치의 무한 대립과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홍준표 전 대표가 귀국하면 이 문제에 대해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꼭 물어볼 생각입니다.
그건 그렇고, 정동영 대표가 두 번째로 언급한 더불어민주당 사정은 어떨까요? 이해찬 대표도 본래 ‘분권형 대통령제’와 ‘타협하는 선거제도’를 주장해 온 정치인입니다. 놀라셨지요? 2010년 출판한 <문제는 리더다>(메디치)에 이런 인상적인 대목이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8월25일 대표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거구제를 바꿔서 2020년 총선에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당위론에는 찬성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선거구제 개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8월16일 문재인 대통령이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발언한 직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기자들이 ‘선거제도 개편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총론은 찬성, 각론은 신중’이라는 얘깁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서 물어보면 현행 소선거구제를 포기할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선거제도로 자신이 국회의원이 됐고 다음 총선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선거제도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하는 선거제도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는데도 정작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좀 이상한가요?
이상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제왕적 대통령’이 아닙니다.
1988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이른바 ‘1노 3김’의 합의로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모두 정당의 총재였기 때문입니다. 총재는 국회의원 공천권과 정치자금 배분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정당의 ‘오너’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지금 정당에는 총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천권은 지역의 당원이나 유권자들에게 넘어갔고 정치자금은 수입과 지출이 모두 투명화됐습니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입니다. 당내 민주화는 이뤄졌지만 당내 리더십은 무너졌습니다. 국회의원이 대통령이나 당대표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이런 정치 환경에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구제 개편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안은 국회의원 정수 300명은 그대로 두고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지역구를 50석 정도 줄여야 합니다. 가능할까요?
불가능합니다. 지역구 의원들이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선거법 개정 권한은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의석을 늘리면 가능합니다. 현재의 253석인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로 그냥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47석을 100석이나 150석으로 대폭 늘려서 정당별 득표율과 정당별 의석이 최대한 일치하도록 배분하는 것입니다. 국회의원 정수를 350석~400석으로 늘려야 합니다. 가능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 반대 여론이 워낙 거셉니다. 많은 국민이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특권층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대신에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주는 돈을 확 줄이면 어떨까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5년부터 국회의원을 300명에서 360명으로 증원하되 국회 예산을 동결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민주평화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은 8월29일 간담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하여 국회 예산을 동결한다는 전제하에 총 국회의원 수를 360명 수준으로 증원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합의했습니다. 잘 될까요? 그래도 반대 여론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증원 반대 여론을 넘어서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국민의 높은 신뢰를 받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증원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할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으로 미루어 거기까지는 개입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당장은 쉽지 않다는 얘깁니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앞으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루게 될 것입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은 지난 7월26일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위원장을 포함해서 18명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활동 기한은 12월 31일까지로 했습니다. 위원장을 당시 공동 교섭단체였던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에서 맡기로 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내정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한 달이 넘도록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노회찬 의원의 사망으로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무소속 이용호 손금주 의원을 끌어들여 교섭단체 지위를 회복하려 하고 있지만, 이용호 손금주 의원은 당분간 민주평화당에 입당하거나 교섭단체에 참가할 뜻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표류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 ‘통합의 정치’가 가능한 선거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올드보이들의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손학규 바른미래당 신임 대표가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및 전국청년위원장 선출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금 민심은 다음 총선에서 이 두 정당을 심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앞에 난관이 있습니다. 큰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잘못된 선거제도,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없고 오직 승자가 독식하는 선거제도입니다. 유권자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입니다.”
“지역주의 정치체제로 만들어진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를 바꾸고 국민 모두의 이해와 요구를 담고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포함한 정치개혁을 이루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말씀드릴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요즘 선거 개편에 관한 논의가 국회에서 활발하게 재개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대통령이 좀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해 주었으면 하는 그런 요청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선거제도 개편은 여야 간에 합의해서 결정이 되는 거고 대통령이 주도할 수 있는 그런 사안은 아닙니다. 대통령이 너무 입장을 강하게 내면 혹시라도 국회에서 자유롭게 논의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까 봐 그렇게 망설여졌습니다.
어쨌든 국회에서 여야 간에 합의로 추진될 문제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 일찍 주장을 해왔고 아시다시피 2012년 대선 때 이미 그 방안으로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공약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대선 때도 똑같은 공약을 되풀이했고요. 마침 19대 국회 때는 중앙선관위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석수까지 조금 제시하면서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회에 제시한 바 있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때 정의당과 함께 민주당이 함께 노력을 했었는데 그때도 각 정당 간에 의견이 맞지 않아서 끝내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어쨌든 그리고 저는 그래서 지난번 개헌안 제시할 때도 개헌안 속에 그 내용을 담은 바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그런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좋은 논의가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민주평화당 새 당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의원이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전당대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바로 그 점에서 역사적인 기회가 있다. 한반도 대전환 국면이 오듯이 정치에도 문이 열렸다. 지난 8월13일 선거제도 개편 관련 토론회에 여야 5당 대표자들이 다 왔다. 이 운동이 시작되고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결사반대를 외쳐왔던 보수정당, 특히 자유한국당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일찌감치 요구해 왔던 사안이다. 이제 공은 민주당에 넘어갔다. 민주당만 의지를 갖고 임하면 문이 열릴 수 있다.”
“개헌 논의가 이뤄지면 국가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선거구제 개편, 권력구조 혁신 이 세 가지 문제는 필연적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 기존의 입장에 함몰되고 매몰되지 않겠다. 개헌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우리 입장도 통 크게 변화할 수 있다.”
“작년 5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5당 원내대표들을 청와대에 초청했다. 선거구제 개편만 이뤄진다면 대통령 권력도 내려놓을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작년 12월 이후 끊임없이 선거제도 개혁과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야 4당 개헌정책협의회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는 바이다. 새로운 권력구조와 정부 형태에 부합하는 선거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 국민 대표성을 강화하고 비례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 오고 있다는 점도 상기해주길 바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6월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대통령은 외교, 국방, 통일, 대북 문제만 담당하고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어 권력을 분산하자는 것이 분권형 대통령제의 취지이다. 그렇게 되면 여야의 권력 공존이 가능해지고 대선에 목매지 않아도 된다. 대선에 지더라도 총선의 기회가 또 있기 때문에 여야의 극한 대립은 완화될 수 있고 2016년부터는 4년 중임제 대통령 선거와 같은 해에 걸리기 때문에 선거 주기도 맞출 수 있다.
여기에 덧붙일 것은 선거구제의 변경이다.
지역구도 완화를 위해 소선거구제를 도농 복합형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 네거티브 선거가 아닌 포지티브 선거 지형을 만들고 지역구에 얽매이지 않고 헌법 정신에 따라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선거구제를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대통령 중심제로 계속 가기에는 사회가 너무 복잡해지고 커졌다고 생각돼요. 미국식 대통령제가 우리에게 맞는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절충형으로 책임 총리와 대통령의 분권 체제가 좋지 않을까 합니다. 다시 말해,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과제를 나눠 가지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낫다고 봅니다. 그럴 경우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고, 임기를 정해서 대통령이 임의로 해임할 수 없게 해야죠.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해 말하자면 결국은 우리 사회가 현재 조건에서 무엇을 이뤄내는가가 중요한데, 지금처럼 여당이 독식하는 체제로는 어려워요. 통합, 협의체, 협의 수준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국회의원 선거제도도 거버넌스를 추구할 수 있는 의석 분포를 가져야 해요. 네덜란드처럼은 아니더라도 정당비례와 지역선출 구도가 반반 정도 돼야 독식을 방지할 수 있어요. 권역별 비례를 확대하면 합리적으로 될 수 있어요.”
“개헌은 어려울 것 같아요. 중임제 개헌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상적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국민이나 국회의원이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하니까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중대선거구제도 어려울 것 같아요. 현재 여야 간 지역지배 구도가 있어서 내부에서 상충되거든요. 권역별 비례대표의 확대는 가능성이 있어요. 제한적으로 확대하면 하나마나지만, 헌법을 개정해서 국회의원 수를 450명까지 확대해 그 범위 내에서 지역 230명, 비례 200명 정도로 하면 현재의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현재 국회의원 수가 인구에 비해 적은 편이에요. 상임위를 해보면 적은 상임위는 인원이 15~16명인데 실제로 교섭단체가 아닌 당은 한 명도 못 들어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소수당이 설 자리가 없죠.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비용을 따지지만, 지금으로써는 국회가 몇 당 국회의원의 독과점이 되는 거니까 국민들의 민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게 되죠. 국회의원 일 인당 비용이 3억원 정도 들어가니까 200석을 더 뽑으면 비용이 1천억원 이상 안 들어가거든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왼쪽)가 지난달 27일 오전 국회 대표실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예방해 환담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기자분들이 잘 아는 문제다. 헌법을 바꾸지 않고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과 연계해야 올바르게 다룰 수 있다. 소수당 지지율이 의석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지금 비례대표 숫자가 너무 적다. 비례대표 숫자를 그대로 두고 하면 효과가 미미하고,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은 국민 여론이 수용하지 않는다. 선거제도 개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야당과 꾸준히 대화해서 조금이라도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찬성은 우리당의 당론이다. 그러나 선거법이라는 게 지역구 하나 가지고도 난리를 치는 것이다. 논리를 너무 단순화시켜서 내일모레 곧 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다른 당에서 얘기하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이런 것은 우리가 받을 수 없다. 어떻게 할 것인지 당내에서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 정치개혁특위에서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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