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신임 대표가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및 전국청년위원장 선출대회에서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왼쪽)으로부 터 건네받은 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일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전국청년위원장 선출대회에서 이변 없이 손학규(71)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당대표에 당선됐다. 손학규 신임 대표는 “갑질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저를 바치겠다”며 “1987년 체제를 넘어서 7공화국 건설에 나서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선출대회에서 손 대표는 27.02%의 득표율로 1등을 차지했다. 하태경(50) 의원과 이준석(33) 전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각각 22.86%와 19.34%의 득표율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권은희 전 의원은 여성 몫 최고위원으로 뽑혔다. 전국청년위원장에 당선된 김수민(32) 의원은 최고위원을 겸직한다. 손 대표가 정당 대표를 맡는 것은 2010년 민주당 대표 이후 8년 만이다. 그의 당선으로, 2007년 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선거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해찬(더불어민주당), 정동영(민주평화당), 손학규 대표가 각각 다른 정당 수장으로 엇갈린 채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손 대표는 수락 연설을 통해 “대통령 인기에 영합해 눈치만 보고 거수기와 앵무새 노릇에 앞장 서는 더불어민주당, 아직도 반성은커녕 틈만 나면 막말과 시비만 하는 자유한국당, 이 두 수구적 거대 양당이 한국의 의회 정치를 망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당의 통합과 정파의 통합, 국민 통합으로 나라의 운명과 국민의 삶을 어둡게 만드는 제왕적 대통령, 승자 독식 양당제라는 두 개의 괴물을 반드시 물리치겠다”라며 “선거제도 개혁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초반부터 바른미래당 안팎에선 손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이날 이변 없이 손 대표가 당선된 것은 제3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높이고 여야 협상에서 힘을 발휘하기에 손 대표가 가장 적합하다는 당원들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해찬·정동영 대표가 당선되며 이른바 ‘올드보이’ 귀환이 잇따른 점도 손 대표의 당선에 연쇄효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학규호’ 바른미래당 앞에 놓인 과제는 산더미 같다. 먼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완패’의 성적표를 받은 뒤 회복되지 않는 한자릿수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국민의당-바른정당 출신의 화학적 융합을 이루는 것도 당면 과제다. 지난 2월 통합 이후 바른미래당 인사들이 출신 정당별로 나뉘면서 공천 갈등이 빚어졌고, 이번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안심’(안철수 의중) 논란이 불거지며 내홍이 더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향후 예상되는 정계 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는 문제가 남아 있다. 야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의 개편 방향에 따라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포함한 ‘헤쳐 모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선출대회에는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해 이혜훈, 지상욱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 일부가 불참해 눈길을 끌었다. 손 대표는 당분간 당력을 모으는 데 집중한 뒤 개헌 등을 매개로 제3세력 통합을 주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개혁적 보수와 미래형 진보가 결합한 바른미래당이 중도 개혁의 통합세력으로 정치 개혁의 중심과 선봉에 우뚝 서겠다”고 밝혔다.
송경화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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