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일, 10월13일에 독립 꿈꾸는 이들
“10월13일, 그날만 지나면 말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 ‘정치적 방언’이 터질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정치적 예언이다. 다음달 13일은 4·13 총선이 치러지고 6개월이 되는 날이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공소시효(6개월)가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기소되면 의원직 상실 불안에 청와대 심기 살피며 ‘낮은 포복’
총선 이튿날인 4월14일, 대검찰청은 총선 당선자 104명을 입건해 98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19대 79명, 18대 37명에 견줘 수사 대상에 오른 당선자가 크게 늘었다. 지역구 의원 253명 중 40%에 가까운 이들이 당선과 함께 수사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대검 공안부는 “당선자 등에 대해서는 ‘부장검사 주임검사제’를 시행하고 필요하면 형사부, 특수부까지 투입하는 등 수사 역량을 집중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소시효를 2주일여 남겨둔 현재까지도 여전히 여야 의원 수십명이 기소 여부를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19대 총선 때는 공소시효 만료 시점까지 당선자 30명이 기소돼 최종적으로 10명이 배지를 잃었다. 18대 때는 34명이 기소돼 15명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으니, 기소만 되면 30~40%의 ‘치사율’을 보이는 셈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선거사범 처리와 관련한 질문에 “현재까지 전체 선거사범(당선자, 배우자,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등)의 68.5%를 처리했다. 10월13일 공소시효 만료 전까지 최선을 다해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일에는 새누리당 권석창 의원(초선·충북 제천·단양)이 공무원 신분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달에는 같은 당 이군현 의원(4선·경남 통영·고성)이 19대 국회 당시 보좌진 월급을 가져다 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날만 지나면 한판 붙겠다”…반격은 가능할까
여당 안팎에서는 10월13일을 ‘반격의 서막’, ‘정치적 방언’이 터지는 ‘해방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새누리당의 한 비박근혜계 의원은 “총선 수사에 목이 걸려 있는 의원들이 많다. 일단 소나기는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의혹,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씨 의혹 등 비박계 입장에서는 ‘호재’가 쏟아지는 상황인데도 ‘왜 비박계가 입을 닫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의원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인 10월13일이 지나면 여기저기서 말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자칫 청와대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으로 밉보일 경우 검찰 수사의 결론이 바뀌거나 칼날이 더 날카로워질 수 있으니, 일단 납작 엎드려 낮은 포복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총선 수사에 비박계도 많이 걸려 있다. 그런 걸로 옭아매는 것이 이번 정부의 장기 아니냐. 여당에는 이런 게 확실히 잘 먹힌다”고 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다들 입을 채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현직 의원은 아니지만 비박계 이이재 전 의원이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일종의 ‘경고’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 비박계 인사는 “콕 찍어서 수사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10월13일 이후’에 대해 비박계 관계자는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면 족쇄가 풀려서 한판 붙고, 기소를 당해도 이왕 이렇게 된 거 한판 붙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예언은 현실이 될까? 요즘 여당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행기’ 건배사를 빌리자면, ‘비’박계가 ‘행’동에 나서는 ‘기’적을! ‘비’선실세 ‘행’태에 ‘기’소를!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입구에 설치돼있는 감시카메라.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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