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김남일의 시렁시렁_‘충청 대망론’ 분출의 현장
윤상현 “성완종 회장의 뜻을 가슴 속 깊이 새겨…”
윤상현 의원이 충청포럼 깃발을 넘겨받았다. 서울 북부·남부, 경기 서부·남부·북부·중부, 인천, 부산, 제주, 충청 서산·태안·아산·당진·홍성·천안·예산·보령·공주·세종 등 19개 지부와 200개 지회, 8000여명의 정회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고대영 한국방송 사장, 송영승 전 경향신문 사장 등 정재계, 학계, 언론계 운영위원 130여명을 갖춘 전국적 사조직의 회장을 맡게 된 것이다. 친박계가 다음 대선에서 ‘키스톤’ 역할이 분명한 충청권에 강력한 여론 지분을 확보했다는 분석과 ‘반기문 대망론’, ‘윤상현 대망론’까지 ‘충청 대망론’으로 뒤섞여 분출됐다. 사회자가 “충·청·포·럼”을 외치면 참석자들이 “윤·상·현”으로 화답했다. 여당 원내대표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거머쥐며 충청권 기대주로 떠올랐다가 ‘성완종 리스트’로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이완구 전 총리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듯, 대강당은 환호와 박수로 빈틈없이 채워졌다.
‘윤상현의 정치적 대부’ 서청원의 디너쇼
윤 의원이 “정치적 대부”라고 소개했던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축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충북 청원이 고향인 서 의원은 무선마이크를 든 채 단상을 내려오더니 10분 가까이 대강당 곳곳을 누볐다. 끊임없이 말을 하면서도 충청인들과 눈을 맞추고 악수를 나눴다. 흡사 ‘서청원 디너쇼’를 보는 듯 했다. 서 최고위원은 윤 의원과 성완종 전 회장의 공통점을 설명한 뒤, 충청의 고마움을 길게 말했다. “여러분, 괜찮은 사람을 충청포럼 회장으로 뽑았습니다. 공감하면 더 큰 박수를 쳐주세요. 정치하는 사람이 이런 소리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충청도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저는 서울 동작구에서 5선을 했습니다. 고향분들이 없었다면, 동작구에 26%, 27%인 고향분들이 없었다면 다섯번 국회의원 못했습니다. 고향은 그렇게 좋은 겁니다.” 서 최고위원은 2013년 재보선에서 경기 화성갑에 출마했다. “이렇게 한송이 두송이 눈만 봐도 고향눈인데…. 국회의원 출마하면 고향분들이 막 몰려요. 화성에서도 충청도분들이 그냥 도와주더라고요.” 그러고는 서 최고위원이 요즘 어디를 가든 부른다는 이애란의 히트곡 ‘백세인생’이 나왔다. “저도 이번 4월 (총선)에 화성에서 한 번 더 나온다고 전해라.”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60세에 저 세상에서 나를 데리러 오거든 아직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 80세에 저 세상에서 나를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간다고 전해라. 서청원이, 아직은 할 일 많아서 또 출마한다고 전해라.”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충청도 사람으로서 고향 후배, 막내 동생같은, 앞으로 커야 할 인물, 윤상현 의원이 충청포럼을 맡아서 기분이 상쾌하고 든든하다”며 10분간의 축사를 마쳤다. 서 최고위원은 ‘총선이나 대선에서 충청포럼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정치적인 것과 관계 없다. 젊은 충청인들이 모여서 충청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상의하는 단체로 알고 있다. 나도 요즘 충청포럼 잘 안 다녔는데 좋아하는 후배 정치인이 축사와 덕담을 해달라고 해서 왔다”고 했다.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아이고, 절대로 나는 아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걸로 연계지우면 안 된다”고 했다. _______
정운찬 “총애 받으신다고? 대통령께 동반성장 말씀 좀 넣어달라”
충남 공주가 고향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동방성장연구소 이사장)는 윤 의원의 취임식이 끝난 뒤 충청포럼 29차 포럼 연사로 나섰다. ‘2016년 대한민국-한국경제, 동반성장 그리고 남북통일’이 주제였다. 지난 2013년 8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차 포럼 연사로 나선 뒤 2년5개월만의 포럼이었다.
24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9차 충청포럼에서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오른쪽 두번째)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왼쪽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윤상현 의원실 제공
이완구 잡은 성완종…‘충청포럼 아이러니’
지난해 출범 3년차를 맞아 ‘부패척결’을 요란하게 시작했던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성완종 리스트’ 정국으로 스텝이 꼬였다. 공교롭게도 충청도 출신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총대를 메고 자원외교 등에 대한 사정 분위기를 잡았는데, 같은 충청 출신인 성완종 전 회장이 사정의 그물에 걸렸다.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목숨을 끊은 성 전 회장의 주머니에서 자신이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메모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1, 2, 3대 비서실장과 친박근혜계 실세 등 8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82일간 이어진 검찰 수사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만 재판에 넘기고 끝났다. 자신의 죽음으로 청와대와 친박계를 향해 억울함을 토로했던 성 전 회장의 충청포럼은 친박계 2대 회장을 맞이하게 됐다. 송도/글 사진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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