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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포스트 성완종’ 되다…충청포럼 회장에 취임한 날

등록 2016-01-26 11:49수정 2016-01-26 15:38

정치BAR_김남일의 시렁시렁_‘충청 대망론’ 분출의 현장

기록적 한파가 절정에 달한 24일 오후. 차량 통행이 뜸한 주변 도로와 달리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 앞 도로는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버스들이 한데 엉키며 정체를 빚었다. 해병대 군복 차림의 중년남성들이 경광봉을 들고 차량들을 정리했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 송도컨벤시아 2층 프리미어 볼룸에서는 충청포럼 2대 회장 취임식이 예정돼 있었다. 지난 2000년 충청포럼을 만들고 초대 회장을 맡았던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경남기업 회장)이 지난해 4월9일 ‘성완종 리스트’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회장 자리는 9개월간 비어 있었다. 2대 회장에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추대됐다. 윤 의원의 지역구는 인천 남을이지만, 그의 고향은 충남 청양이다.

송도컨벤시아는 1층부터 북적였다. 친박근혜계 핵심 의원으로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까지 지냈던 윤 의원의 행사자리에 자신의 이름과 기호 1번이 찍힌 빨간색 점퍼를 입은 인천지역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몰려들어 명함을 돌렸다. 명함을 받은 이들 대부분은 표와는 관련 없는 다른 지역 충청인들이었다.

충청포럼 지부 회원들도 저마다 취임 축하 펼침막을 들고 서있었다. ‘박근혜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근혜동산’도 축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충남 아산이 지역구인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 충남 공주가 고향인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이 보낸 화환 사이에 전병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낸 화환이 서 있었다. 전 의원의 고향은 충남 홍성이다.

1천여석이 갖춰진 2층 대강당은 충청권과 인천, 서울, 부산, 제주 등에서 올라온 충청인들로 가득 찼다. 윤 의원이 입장하자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흡사 대선 출정식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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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성완종 회장의 뜻을 가슴 속 깊이 새겨…”

윤상현 의원이 충청포럼 깃발을 넘겨받았다. 서울 북부·남부, 경기 서부·남부·북부·중부, 인천, 부산, 제주, 충청 서산·태안·아산·당진·홍성·천안·예산·보령·공주·세종 등 19개 지부와 200개 지회, 8000여명의 정회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고대영 한국방송 사장, 송영승 전 경향신문 사장 등 정재계, 학계, 언론계 운영위원 130여명을 갖춘 전국적 사조직의 회장을 맡게 된 것이다. 친박계가 다음 대선에서 ‘키스톤’ 역할이 분명한 충청권에 강력한 여론 지분을 확보했다는 분석과 ‘반기문 대망론’, ‘윤상현 대망론’까지 ‘충청 대망론’으로 뒤섞여 분출됐다.

사회자가 “충·청·포·럼”을 외치면 참석자들이 “윤·상·현”으로 화답했다. 여당 원내대표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거머쥐며 충청권 기대주로 떠올랐다가 ‘성완종 리스트’로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이완구 전 총리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듯, 대강당은 환호와 박수로 빈틈없이 채워졌다.

윤 의원의 취임사는 준비된 자료를 보고 읽지 않았는데도 8분 넘게 이어졌다.

“지난 16년 동안 사재를 털어서 장학재단을 만들고 지역의 인재들을 키우고, 그리고 우리의 작은 목소리를 모아서 큰 울림으로 만들어주신 고 성완종 회장님의 영면에 다시 명복을 빕니다.”

윤 의원은 취임사의 절반 이상을 성완종 전 회장에 대한 상찬과 인연, 의리에 할애했다. 그러면서 성 전 회장이 숨지기 바로 전날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운명하시기 전날, 가장 어려움이 절정에 달했던 전날 저녁, 저에게 전화를 주셨다. 그날 4월8일 저녁이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저 인생 이렇게 살지 않았어요.’ 그 분의 절규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성 회장의 말씀을 뜻을 가슴속 깊이 새기는 사람입니다. 지난 연말 충청포럼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왔을 때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고인과의 신의를 지켜야한다는 것이 저 윤상현에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윤 의원은 이어 “충청포럼은 제 2의 도약대에 섰다”고 선언했다. “충청포럼 여러분들의 열정과 저 윤상현의 신념이 똘똘 뭉쳐 지역 포럼의 한계를 넘어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포럼으로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이제부터는 우리의 힘으로 19개 지부에 있는 회원 여러분들의 의사를 드높이고 이 사회를 이끌어갈 주도세력으로 자리매김할 때”라는 선언으로 취임사를 마쳤다.

윤 의원은 모든 행사가 끝난 뒤 전국 지부 회원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 인천지역 예비후보들도 사진을 찍었다. 사회자는 “정치적 색채가 있을 수 있는 단체들은 알아서 사진을 찍으라”고 안내했다. ‘근혜동산’ 회원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1천여명과 단체사진, 독사진을 찍다보니 30여분이 훌쩍 지났다. 윤 의원은 수백장의 사진을 찍는 동안 내내 웃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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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의 정치적 대부’ 서청원의 디너쇼

윤 의원이 “정치적 대부”라고 소개했던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축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충북 청원이 고향인 서 의원은 무선마이크를 든 채 단상을 내려오더니 10분 가까이 대강당 곳곳을 누볐다. 끊임없이 말을 하면서도 충청인들과 눈을 맞추고 악수를 나눴다. 흡사 ‘서청원 디너쇼’를 보는 듯 했다.

서 최고위원은 윤 의원과 성완종 전 회장의 공통점을 설명한 뒤, 충청의 고마움을 길게 말했다.

“여러분, 괜찮은 사람을 충청포럼 회장으로 뽑았습니다. 공감하면 더 큰 박수를 쳐주세요. 정치하는 사람이 이런 소리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충청도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저는 서울 동작구에서 5선을 했습니다. 고향분들이 없었다면, 동작구에 26%, 27%인 고향분들이 없었다면 다섯번 국회의원 못했습니다. 고향은 그렇게 좋은 겁니다.”

서 최고위원은 2013년 재보선에서 경기 화성갑에 출마했다.

“이렇게 한송이 두송이 눈만 봐도 고향눈인데…. 국회의원 출마하면 고향분들이 막 몰려요. 화성에서도 충청도분들이 그냥 도와주더라고요.” 그러고는 서 최고위원이 요즘 어디를 가든 부른다는 이애란의 히트곡 ‘백세인생’이 나왔다. “저도 이번 4월 (총선)에 화성에서 한 번 더 나온다고 전해라.”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60세에 저 세상에서 나를 데리러 오거든 아직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 80세에 저 세상에서 나를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간다고 전해라. 서청원이, 아직은 할 일 많아서 또 출마한다고 전해라.”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충청도 사람으로서 고향 후배, 막내 동생같은, 앞으로 커야 할 인물, 윤상현 의원이 충청포럼을 맡아서 기분이 상쾌하고 든든하다”며 10분간의 축사를 마쳤다.

서 최고위원은 ‘총선이나 대선에서 충청포럼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정치적인 것과 관계 없다. 젊은 충청인들이 모여서 충청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상의하는 단체로 알고 있다. 나도 요즘 충청포럼 잘 안 다녔는데 좋아하는 후배 정치인이 축사와 덕담을 해달라고 해서 왔다”고 했다.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아이고, 절대로 나는 아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걸로 연계지우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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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애 받으신다고? 대통령께 동반성장 말씀 좀 넣어달라”

충남 공주가 고향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동방성장연구소 이사장)는 윤 의원의 취임식이 끝난 뒤 충청포럼 29차 포럼 연사로 나섰다. ‘2016년 대한민국-한국경제, 동반성장 그리고 남북통일’이 주제였다. 지난 2013년 8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차 포럼 연사로 나선 뒤 2년5개월만의 포럼이었다.

24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9차 충청포럼에서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오른쪽 두번째)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왼쪽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윤상현 의원실 제공
24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9차 충청포럼에서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오른쪽 두번째)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왼쪽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윤상현 의원실 제공

정 전 총리는 강연 도중 윤 의원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총애를 받으신다면서요? 대통령에게 (동반성장과 관련해) 말씀 좀 넣어주세요”라고 했다. 충청인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정 전 총리는 최근 야권으로부터 집중적인 영입 제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에서도 그의 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치 참여에 대한 질문에 정 전 총리는 “한국경제를 고치려면 정치혁신을 통해 경제혁신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어 “충청도의 도움으로, 전체 사회의 도움으로 교수도 하고 총장도 하고 총리까지 했다. 한국 문제를 저버릴 수는 없다. 지난 5년간 사회운동을 했는데 효과의 속도가 좀 느린 것같다. 그래서 정치권에 가서 이 일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딱부러진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정 총리는 “아직까지 고민이 끝나지 않았으나 곧 저의 소견을 말씀드릴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이 더민주당에 남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는 “박 의원과 인간적인 친분이 있다고 해서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같이 한다는 보장은 없다. (정치 참여) 결정을 못했는데 어느 당에 간다고 어떻게 말하겠느냐”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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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잡은 성완종…‘충청포럼 아이러니’

지난해 출범 3년차를 맞아 ‘부패척결’을 요란하게 시작했던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성완종 리스트’ 정국으로 스텝이 꼬였다. 공교롭게도 충청도 출신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총대를 메고 자원외교 등에 대한 사정 분위기를 잡았는데, 같은 충청 출신인 성완종 전 회장이 사정의 그물에 걸렸다.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목숨을 끊은 성 전 회장의 주머니에서 자신이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메모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1, 2, 3대 비서실장과 친박근혜계 실세 등 8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82일간 이어진 검찰 수사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만 재판에 넘기고 끝났다.

자신의 죽음으로 청와대와 친박계를 향해 억울함을 토로했던 성 전 회장의 충청포럼은 친박계 2대 회장을 맞이하게 됐다.

송도/글 사진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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