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자유’ 찾기가 한창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연설과 현장 발언마다 ‘자유’, ‘자유와 연대’ 등 관련 열쇳말이 거듭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자유’ 사랑은 취임식 때부터 이어지면서 어느새 ‘윤석열 연설’의 상징이 됐다. 그는 지난 5월10일 취임식에서는 ‘자유’를 35번,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연설에서는 13번,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33번 언급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임기 첫 연설에서도 “자유와 연대의 정신에 입각한 유엔의 시스템과 그동안 보편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온 규범 체계가 더욱 강력하게 지지돼야 한다”면서 21번 자유를 말했다.
예상치 못한 각종 행사에서도 ‘자유’는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울산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기념사에서 “정부는 자유와 연대의 가치가 스포츠 정책 전반에 녹아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12일 세계지방정부연합 총회 개회식에서는 “세계시민의 자유를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자유가 몇 번 등장하는지 세어보게 됐다.
최근엔 국내·외 행사, 경제·스포츠·문화 행사를 가리지 않고 ‘자유’가 등장하다보니 윤 대통령의 ‘자유’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어렴풋이 △민간 주도 △규제 혁파 등의 열쇳말로 변주되면서 ‘경제적 자유’ 쪽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여겨져 왔던 ‘자유’가 지난 17일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 때 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출근길 기자들과의 약식 기자회견에서 플랫폼 시장 독과점으로 발생하는 부작용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 사고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시장 자체가 공정한 경쟁 시스템에 의해 자원과 소득이 합리적으로 배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을 두고 보수지와 경제지에선 “규제 강화 빌미가 돼선 안 된다”, “플랫폼 자율과 혁신까지 꺾는 실책은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당장 쏟아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자율주의, 연대, 시장경제 크게 배치되지 않는다”고 해당 발언을 진화하려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자유’와 관련해 “국가가 개입해 더 자유롭게 하자는 것”이라며 ‘자유를 위한 개입’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윤석열차’ 표현의 자유는?…말뿐인 자유 비판론
이달 초 <윤석열차> 논란 때도 윤 대통령의 ‘자유’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 만화 <윤석열차>가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수상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행사 주최 측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 조처를 내리면서다.
지난 2월 대선 기간 중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은 표현의 자유에 있다”고 비판했던 윤 대통령은, 이번엔 출근길 관련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언급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말뿐인 ‘자유’라는 비판이 이어진 이유다. 시사만화협회는 ‘자유’라는 글귀가 ‘33번’ 적힌 만평을 발표했다.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표현의 자유가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겨레>에 “지지층이 얇은 윤 대통령 입장에선 보수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자유를 거듭 언급하면서 자신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며 “지지 기반을 탄탄히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자유’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잡고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그 신념이나 비전이 무엇인지 정확하기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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