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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말 많고 탈도 많은’ 도쿄 올림픽, 과연 열리나요?

등록 2021-02-26 11:21수정 2021-02-26 14:03

정치 BAR_길윤형의 알고 싶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6년 8월21일 밤(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차기 도쿄올림픽을 소개하는 문화공연에 깜짝 등장했다. 아베 총리는 애니메이션 주인공들로 이뤄진 동영상의 마지막에 실물로 등장해 최종 주자 슈퍼마리오 연기를 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6년 8월21일 밤(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차기 도쿄올림픽을 소개하는 문화공연에 깜짝 등장했다. 아베 총리는 애니메이션 주인공들로 이뤄진 동영상의 마지막에 실물로 등장해 최종 주자 슈퍼마리오 연기를 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로이터 연합뉴스
올 한해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변수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7월로 예정된 도쿄 올림픽의 개최 여부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한 뒤 “도쿄평화올림픽 성공 개최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 외교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와 “관계 회복을 위한 계기를 한국이 만들어야 한다”는 일본의 강경한 자세로 인해 관계 개선의 중요한 계기로 여겨졌던 한-중-일 3개국 정상회의 ‘2020년 개최’가 무산됐습니다.

이후 한국 내에선 도쿄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지만, 일본에선 ‘여성 비하’ 발언으로 최근 불명예 퇴진한 모리 요시오 올림픽조직위원장 문제까지 겹치며 올림픽 개최 여부가 정국을 요동치게 만드는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생각해 봅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1년 도쿄 올림픽은 개최될까요?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지만, 일본이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같은 대 참사를 겪지 않는 한 개최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9일 화상으로 열린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G7 정상들은 도쿄 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다. 일본 총리관저 제공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9일 화상으로 열린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G7 정상들은 도쿄 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다. 일본 총리관저 제공
첫번째 미국 등 세계 주요국들의 지지입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뒤 처음으로 G7 정상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습니다. 이날 화상회의가 끝난 뒤 나온 공동성명에서 G7 정상들은 “코로나19에 승리하는 세계의 결속을 보여주는 증거로서 올해 여름에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모습으로 도쿄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일본의 결의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인지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 앞에 선 스가 총리도 이전보다는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목표로 (올림픽)을 개최한다는데 (G7 정상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 너무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습니다.

G7의 지지는 왜 중요할까요? 올림픽은 세계 평화를 다짐하기 위한 ‘인류의 제전’이기도 하지만, 냉정한 경제 논리로 움직이는 비즈니스이기도 합니다. G7이 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다는 것은 커다란 추가 변수가 없는 한 이들 주요 7개국이 대회에 선수들을 파견한다는 뜻이고, 이는 나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들 국가들에게 예상했던 것 처럼 비싼 가격에 중계권을 팔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세계를 선도하는 G7이 올림픽 참가를 결정하면, 다른 나라들도 참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G7의 지지 확보를 통해 올림픽 개최의 8부 능선을 넘어선 것입니다.

일본은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올림픽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노심초사해왔습니다. 기다렸던 바이든 대통령의 올림픽 관련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 7일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올림픽을 안전하게 개최할 수 있을지 과학에 기초해 판단해야 한다. 개최할 수 있길 바라지만, 아직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어 “4년에 1번 올림픽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가 갑자기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생각해 보기 보란다. 우리는 과학을 중시하는 정권이다 다른 국가들도 그럴 것이라 본다. 일본 총리는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안전하게 개최할 수 있을지 과학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 개최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개최에 긍정적인 인식을 밝혔습니다. 이 인식이 지난 19일 올림픽 개최 ‘지지’로 구체화된 것입니다.

하시모토 세이코 신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회장이 24일 도쿄에서 화상으로 IOC 집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시모토 회장은 이날 집행위원회에 처음으로 업무 진행 상황을 전달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하시모토 세이코 신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회장이 24일 도쿄에서 화상으로 IOC 집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시모토 회장은 이날 집행위원회에 처음으로 업무 진행 상황을 전달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두번째는 일본의 정치 상황입니다.

지난해 9월 65%의 높은 지지율(<아사히신문> 기준)로 출범한 스가 정권은 코로나 대응 미숙과 아들의 총무성 관료 접대 의혹 등이 겹치며 2월 현재 35%까지 지지율이 급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연기된 올림픽을 열지 못하면 도쿄 올림픽은 사실상 무산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스가 정권 역시 퇴진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강력한 자신의 파벌을 갖지 못한 스가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해 8월 말 갑작스레 사임을 발표한 뒤 주요 파벌 간의 ‘미묘한’ 타협의 결과 어부지리로 총리가 된 사람입니다.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에 애를 먹자 정권 흔들기가 시작됐습니다. 시모무라 하쿠분 정조회장은 1월5일 한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4월25일 중·참의원 보선에서 자민당이 패한다면 “정치적 국면이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에서 ‘정치적 국면’이 올 수 있다는 얘기는 스가 총리에 대한 자민당 내 사임 압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를 ‘끌어내리다’라는 뜻의 일본어 오로시(おろし)란 말을 사용해 ‘스가 오로시’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시모무라 정조회장은 며칠 뒤인 1월13일 “스가 정권을 지탱하는 입장에서 내가 ‘스가 오로시’ 같은 것을 할 리가 없다”고 일단 한발 물러섭니다.

하지만, 정말 물러난 것일까요. 아닙니다. 올림픽 개최가 무산된다면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다른 파벌의 주요 정치인들도 나서 본격적인 ‘스가 오로시’를 시작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피해야 하는 스가 총리 입장에선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올림픽 개최를 강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가 총리는 1월29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일본은 올 여름 올림픽을 개최한다. 올림픽 개최는 인류가 코로나 바이러스에게 이겼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절박한 상황인 것입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화상으로 IOC 집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이날 집행위원회 이후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IOC가 호주 브리즈번을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논의할 우선 협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로잔/AFP 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화상으로 IOC 집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바흐 위원장은 이날 집행위원회 이후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IOC가 호주 브리즈번을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논의할 우선 협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로잔/AFP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입장입니다. 존 코츠 국제올림픽위원회 부회장(오스트레일리아)은 5일치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도쿄 올림픽의 개최 확률에 대해 “100% 개최한다. 플랜B는 없다. 어려움은 있지만 개최할 것이다. 선수는 (올림픽 참가라는) 꿈을 이루기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올림픽 준비상황을 감독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조정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역시 반드시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입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우리가 익숙히 보아온 ‘평범한 올림픽’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림픽에는 전 세계 200개 이상 국가에서 1만명 이상의 선수가 참여합니다. 이 나라들의 감염상황이나 의료체계가 다르다 보니, 선수들에게는 급한대로 백신 접종을 한다 해도(9일 나온 국제올림픽위원회 감염방지대책 규칙집을 보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진 않았습니다) 모든 관객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의 모든 관객들을 전면 수용하긴 불가능합니다.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일본에선 ‘무관중 개최’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코츠 부회장도 그 가능성을 시인하면서 “백신 유통 상황을 알기 전에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무관중으로 올림픽을 개최할지에 대한 판단은) 3~4월 정도에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엔 전 세계적인 백신 보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관객을 허용할지, 허용한다면 어느 수준에서 허용할지 등을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무관객으로 올림픽이 치러진다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추산한 티켓 수입 900억엔(약 9500억원)은 사라지게 됩니다. 이 돈을 누가 메울지를 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 일본 정부, 도쿄도 사이에 또다시 복잡한 논의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올림픽은 개최되느냐구요? 네, 개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현에서 한달 뒤인 3월25일 성화 봉송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관객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늦어도 4월쯤 결정됩니다. 그리고 추가적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7월23일 예정대로 도쿄 올림픽은 개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관객이 없는 ‘무관객 대회’ 혹은 일부만 받아들이는 ‘제한관객 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쿄 올림픽은 애초 3·11 동일본 대지진을 이겨낸 일본인들의 강인한 정신을 뽐내기 위해 준비된 대회입니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를 이겨낸 인류 전체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대회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남는 문제는 한반도입니다. 이 대회는 3년 전인 2018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이 그랬던 것처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한번 재가동 할 수 있는 계기가 될까요? 올림픽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혹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방일 등 거대 ‘외교 이벤트’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해선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제2의 ‘평창의 기적’은 일본 정부나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만들어 낼 수 없는 일입니다. 이를 실현해 내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입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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